
겨울철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면 병원 응급실에는 낙상 사고로 인한 환자들이 급증한다. 추운 날씨로 인해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고, 빙판길이나 젖은 바닥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뼈가 약해진 고령자나 골다공증 환자에게 겨울철 낙상은 단순한 외상을 넘어, 삶의 질을 송두리째 흔드는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고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이 만나는 부위로, 우리 몸의 체중을 지탱하고 걷거나 움직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보행 시에는 체중의 수배에 달하는 하중을 견뎌야 할 만큼 튼튼해야 하지만, 노화나 질환으로 골밀도가 낮아진 경우에는 가벼운 엉덩방아만으로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사고는 야외 빙판길뿐만 아니라 욕실, 침실, 계단 등 일상적인 실내 공간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한시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고관절 골절이 무서운 이유는 사고 이후 발생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에 있다. 골절이 발생하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보행이 불가능해지는데, 부러진 다리가 짧아지거나 발이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특징적인 증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장기간 침상에 누워 지내야 한다는 점이다. 활동이 멈추면 폐렴, 욕창, 혈전증 같은 합병증이 동반되는데, 이는 고령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대부분의 골절은 X선 촬영을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골절 양상이 복잡한 경우에는 CT나 MRI를 통해 정밀하게 파악한다. 치료는 대부분 수술적 방법이 동반됩니다. 뼈를 금속으로 고정하는 내고정술이나, 손상이 심한 경우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인공관절치환술이 시행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골절 발생 후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신속하게 치료가 이뤄져야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수술 이후의 관리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고관절 골절을 겪은 환자는 이전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폐경 이후 여성은 재골절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수술 후에는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통해 뼈의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추가 골절을 막아야 한다.
결국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이다. 겨울철 외출 시에는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 대신 장갑을 껴서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실내에서는 바닥의 물기를 즉시 닦아내고 욕실 매트를 설치하는 등 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순간의 사고가 장기적인 건강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뼈와 근육을 튼튼히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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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