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명절의 미식, 심장에는 독(毒)이 될 수 있다

부천세종병원 가정의학과 김수연 과장

명절은 풍요로운 음식을 나누며 정을 주고받는 시기이나, 그 이면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명절 특유의 식단 구성과 생활 방식은 이른바 ‘당독소 최적화’ 환경을 조성하여, 기저질환자는 물론 건강한 성인에게도 심각한 신체적 부담을 안겨준다.

명절 음식의 구성을 살펴보면 혈당을 급격히 높이는 떡, 한과, 수정과, 식혜 등 고당분 식품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전과 튀김처럼 고온에서 조리되어 당독소를 다량 함유한 음식들이 식탁의 중심을 차지한다. 문제는 평소보다 활동량은 현저히 줄어드는 반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진다는 점이다. 급격히 유입된 당을 에너지로 소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독소가 높은 음식을 과량 섭취하는 행위는 단순한 칼로리 과잉을 넘어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이러한 당독소의 축적은 심장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겨울철의 낮은 기온으로 인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당독소는 혈관 벽을 손상시키며 심혈관계의 위기를 초래한다. 여기에 장거리 운전과 과도한 가사 노동,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결합하면 심장 질환의 위험성은 임계치에 도달하게 된다.

실제로 국내 대학병원 연구진이 약 9만 5천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명절 기간의 하루 평균 심정지 발생률은 평상시보다 약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병원 도착 후의 사망률이 평일이나 일반 공휴일에 비해 약 23%나 높다는 사실이다. 발생 시점으로 보았을 때는 연휴가 마무리되는 명절 마지막 날에 심정지 발생률이 가장 높게 관측되었다.

따라서 고령자나 당뇨, 고혈압, 협심증 등을 앓고 있는 기저질환자들은 명절 기간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명절에는 신체적 이상 증세가 나타나도 ‘쉬면 낫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치명적인 실책이 될 수 있다.

가슴을 조이는 듯한 통증, 이유 없는 식은땀, 혹은 심한 소화불량과 같은 징후는 단순한 과식이 아닌 심혈관계 질환의 위중한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크다. 즐거운 명절이 비극으로 막을 내리지 않도록, 사소한 신체적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즉각적인 의학적 조치를 취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명절의 미덕이 절제와 주의를 만날 때, 진정한 의미의 평안과 안녕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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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