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리에스여성의원 정창원 대표원장
대부분의 여성들은 생리 기간에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리혈이 밖에서 보여 민망한 것은 물론, 수영장 물에 피가 나와 타인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돼서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생리 기간에 아예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걸까?
일반적으로 쓰는 생리대를 착용하고 수영장에 입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탐폰이나 생리컵같이 질 내 삽입형 생리대 대용 제품이 나오면서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니게 됐다.
질 구조에 따라 탐폰·생리컵 적절히 사용하면, 생리 시에도 수영 가능
여성의 나이나 자연분만력, 선천적인 구조에 따라 탐폰이나 생리컵을 잘 사용해야 입수도 가능하다.
원래 질 안의 공간은 평소 닫힌 공간으로, 안의 공간이 성관계 시에 벌어질 순 있지만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다. 특히 질도 바깥쪽에 질 입구를 여닫는 괄약근이 있다. 물속에 들어간다고 항문 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듯이, 질 괄약근만 잘 조절된다면 질 내로 물이 잘 안 들어오는 것이 정상이다. 따라서 자연분만을 하지 않은 젊은 여성이라면 생리 시에도 생리컵이나 탐폰을 착용하고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입수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자연분만한 여성의 경우 질을 둘러싼 골반근육이 손상되고, 질벽 자체도 이완돼 질 입구가 벌어지고, 질 안 공간도 넓어지게 된다. 이렇게 질 이완이 심해지면 평소 목욕탕에 들어가도 질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생리 시 물에 들어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질 이완의 정도나 질 입구가 열려 있는 정도는 자연분만력 외에도 여러 변수가 영향을 줄 수 있다. 꼭 자연분만을 안 했더라도 유산을 반복한 경우 질 입구가 열려 있을 수 있다. 일부 젊은 여성 중에서도 선천적으로 질 입구가 열려 있는 경우가 있다. 어려서 성 경험을 일찍 시작하고 많이 한 경우에도 질 이완이 있을 수 있다.
질 이완 시에는 질 축소 수술도 고려해야
생리와 상관없이 수영장이나 대중목욕탕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여성이라면 미리 본인의 질 안 볼륨과 질 입구의 개방 여부에 대해 질 성형 전문 산부인과에 가서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요즘은 질 안 볼륨 여부를 객관적인 수치로 측정해 주는 장치도 나와 있으며, 질 입구 개방 여부도 영상으로 찍어 확인할 수 있다. 또 생리컵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본인의 질 구조와 크기가 맞는지 미리 점검을 해 봐야 한다.
질 이완이 있는 여성이라면 이 기회에 질 축소 수술을 고려해 보는 것도 질 건강에 도움이 된다. 꼭 생리 중이 아니더라도 수영장이나 대중탕의 물이 질 안으로 쉽게 들어온다면 감염에 취약해진다. 물 밖에서도 질 입구가 열려 있으면 그만큼 외부에서 균이 질 내로 쉽게 침투할 수 있다. 질 축소 수술을 통해 회음부 성형이 제대로 되면, 질 입구와 항문 사이 거리를 넓혀서 감염의 주원인균인 대장균이 질 내로 들어가는 것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탐폰vs생리컵, 개인에 따라 선택해야
수영장 안에서 생리컵이나 탐폰 중 어떤 것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까?
아무래도 생리컵은 실리콘으로 된 고무라서, 방수 면에서 생리혈을 더 확실히 막아주고 자궁 내 감염을 막아주는 면에서도 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생리컵은 실리콘 고체 형태로, 착용이 불편해 질 이완의 정도에 따라 질이 많이 좁은 여성의 경우 착용이 어렵다. 질 내에 자극이나 마찰도 심해, 질 안에 상처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질이 많이 좁고 생리량이 많지 않다면 탐폰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두 기구 모두 생리대와 달리 질 안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성 경험이 없는 처녀는 추천하지 않는다. 처녀막 손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처녀막 손상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어떤 남녀에게는 아직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처녀막 손상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위생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삽입 시 주의해서 넣어야 하고 특히 수영 후에는 교체해야 한다. 무엇보다 탐폰은 솜으로 돼있어 물에 어느 정도는 오염될 수 있다. 또 피가 묻은 경우 독성쇼크증후군이 보고된 바 있어, 감염 부분에서는 생리컵보다 불리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 제거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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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