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는 발암 물질? 몸에 쌓인다?...후추의 진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거의 모든 요리에 후추를 뿌려 먹을 정도로 후추 마니아다. 후추 특유의 매콤 쌉싸름한 맛이 음식의 감칠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복날을 맞아 A씨는 직장 동료들과 삼계탕집을 갔고, 평소처럼 탕에 후추를 골고루 뿌리던 중 동료들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된다. 후추를 많이 먹으면 몸에 쌓여 배출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매일 습관처럼 먹던 후추가 몸속에 그대로 남아있겠다고 생각하니 A씨는 찝찝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고, 그 이후부터 후추를 멀리하게 됐다.

중세시대에 후추는 화폐처럼 쓰일 정도로 귀한 자원이었다. 중세 유럽은 향신료 작물을 재배하기 힘든 기후였기 때문에, 후추가 ‘검은 금’으로 불릴 정도였다. 냉장시설이 없던 당시, 후추는 음식의 부패를 막기 위한 필수 요건이었다. 과거 귀한 자원이었던 후추는 어쩌다 몸에 쌓인다는 소문으로 뭇사람들에게 기피 대상이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추가 몸에 쌓인다는 말은 괴담에 불과하다. 후추는 음식에 조금씩 첨가해 먹는 향신료일 뿐이다. 소화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는 특수한 음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분해 및 소화 과정을 거쳐 전부 변으로 배출된다. 위 점막에서 나오는 끈적한 점액으로 인해 장에 잠깐 붙어있을 수는 있으나, 계속 남아있을 수는 없다.

오히려 후추는 독성이 낮고 안정성이 높아 몸에 이로운 음식이다. 후추에 함유된 알칼로이드, 피페린 성분은 타액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를 원활하게 하는 소화액의 생성을 도와준다. 이를 통해 음식의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피페린은 후추 특유의 알싸한 맛을 내는 성분으로, 항암 및 항산화 효과가 탁월해 몸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장 내 가스를 흡수하고 대장암 세포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피페린은 지방 세포의 생성도 억제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 효과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효능을 자랑하는 피페린은 백후추나 적후추보다 흑후추에 많이 들어 있다.

후추는 비타민 B1, B2와 함께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포함돼 있어 피부 및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후추는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을 높이는 작용을 해, 우울감을 낮추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살균 및 방부효과가 있는 후추는 음식의 부패를 막는다. 또 고기 잡내를 없애는 효과도 있어 흔히 고기를 구울 때 후추를 많이 뿌린다. 하지만 이는 발암 물질이 최대 37배 증가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후추를 120도가 넘는 고온에서 조리할 경우 국제암연구소에서 2A군 발암 물질로 지정된 아크릴아마이드의 함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후추를 뿌린 고기를 프라이팬에 구웠을 땐 4배, 오븐에 구웠을 땐 37배까지 아크릴아마이드가 증가한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신경계 독성물질로, 치매나 간질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후추는 조리 후에 넣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향신료의 왕이라 불리는 후추, 올바른 방법으로 섭취한다면 몸에 이로운 효능이 많다. 고온에 직화로 조리하는 것을 피하고 조리가 끝난 후에 뿌려 먹으면 소화를 돕고 항염 작용에 탁월하니 안심하고 즐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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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