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혈당 수치 때문이 아니라 전신을 위협하는 합병증에 있다. 그중에서도 당뇨망막병증은 고혈당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며 눈 속의 미세한 혈관들을 손상시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병이 깊어지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앓은 기간 비례해 발병률 급증... 정기 검진 필수
당뇨망막병증의 발병은 당뇨병을 앓은 기간과 깊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당뇨 진단 후 5년이 경과하면 약 17~29%의 환자에게서 망막병증이 관찰되지만, 유병 기간이 15년을 넘어서면 환자의 78~98%가 이 질환을 앓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당뇨병을 진단받았다면 눈에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즉시 안과를 찾아 망막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혈관 손상에서 망막박리까지, 진행 단계와 검사법
질환은 진행 정도에 따라 비증식성과 증식성으로 구분된다. 초기 단계인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높은 혈당으로 인해 미세혈관이 손상되어 출혈이나 삼출물이 생기는 상태를 말하며, 중증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심함으로 나뉜다. 여기서 더 진행되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우리 눈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고 부른다. 이 혈관들은 매우 약해서 쉽게 터져 출혈을 일으키거나, 망막이 눈 벽에서 떨어져 나가는 망막박리를 유발한다.
이를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안과에서는 안저검사를 기본으로 시행하며, 황반부의 부종이나 구조적 변화를 살피기 위해 빛간섭단층촬영을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 형광안저촬영술을 통해 혈관의 누출이나 폐쇄 여부, 신생혈관의 중증도를 보다 입체적으로 확인하기도 한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 보내는 신호들
당뇨망막병증의 가장 위험한 특징은 초기 무증상이다. 하지만 혈관 벽이 약해져 성분이 새어 나오거나 막히는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시야가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거나 번져 보이고, 글자가 비틀려 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눈앞에 검은 점이나 실오라기가 떠다니는 비문증, 혹은 커튼이 시야를 가리는 듯한 증상이 느껴진다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망막의 중심인 황반에 부종이 생기거나 흉터 조직이 망막을 잡아당겨 발생하는 망막박리는 치료가 매우 까다롭고 시력 회복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당 조절은 기본, 단계별 맞춤 치료로 시력 보호
당뇨망막병증 치료의 대원칙은 꾸준한 혈당 관리이다. 초기 단계에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엄격히 조절하고 적절한 운동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상태가 악화된 경우에는 비수술적 치료인 레이저 치료나 눈 속 주사 치료를 고려한다. 레이저 치료는 심각한 시력 손실 위험을 줄여주며, 안 내 주사는 신생혈관을 빠르게 퇴행시키고 황반부종을 줄여 시력 예후를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눈 속에 출혈이 과도하거나 망막박리가 일어난 최악의 상황에는 유리체절제술이라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예방과 관리, 치료보다 중요한 일상의 실천
당뇨망막병증은 치료보다 관리가 선행되어야 하는 질환이다. 당뇨병을 진단받는 즉시 안과 검진을 시작하고, 이후로도 정기적인 검사를 생활화해야 한다. 혈당뿐만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신장 질환 등 동반 질환이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전신 건강 관리와 함께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정기적인 안과 검진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소중한 시력을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