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숯불구이와 같이 고기를 높은 온도의 불에 직접 구워 먹는 직화구이는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를 선사하지만, 건강 관점에서는 매우 신중해야 할 조리법이다. 우리가 흔히 ‘맛있는 불맛’이라 부르는 현상의 이면에는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화학적 변화와 유해 물질의 생성이라는 위험 요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고온의 직화가 고기 속의 성분을 변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고기의 근육 조직에 포함된 아미노산과 크레아틴 성분은 200도이상의 고온을 만날 때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이라는 유해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는 유전자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이를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고기의 겉면이 검게 탈 정도로 구워질 경우 이 물질의 농도는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또한, 숯불구이 특유의 연기 역시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이다. 고기를 구울 때 흘러나오는 기름이나 육즙이 뜨거운 숯불 위로 떨어지면 불완전 연소 과정이 일어나는데, 이때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라고 불리는 발암성 물질이 연기와 함께 피어오르게 된다. 이 유해 성분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시 고기 표면에 달라붙거나 조리하는 사람의 호흡기로 직접 흡입된다. 대표적인 성분인 벤조피렌은 체내에 축적될 경우 소화기계 질환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암 발생 위험뿐만 아니라 대사 질환과의 상관관계도 깊다. 고온에서 단백질과 지방이 가열될 때 형성되는 최종당화산물(AGEs)은 체내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이나 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건강을 생각한다면 직화 방식보다는 삶거나 찌는 방식인 수육이나 찜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 영양소 파괴를 줄이고 유해 물질 섭취를 최소화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숯불구이를 즐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몇 가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기를 굽기 전 마늘, 양파, 허브 등이 포함된 양념에 미리 재워두면 항산화 성분이 보호막 역할을 하여 유해 물질 생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석쇠보다는 가급적 불판을 사용하여 기름이 불에 직접 닿는 것을 방지하고, 탄 부분은 반드시 가위로 잘라내고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신선한 쌈 채소를 듬뿍 곁들여 식이섬유와 비타민을 함께 섭취함으로써 체내로 들어온 유해 물질의 배출을 돕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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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