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진료받기를 부끄러워하고 치료에 소극적인 질환이 있다. 치질이다. 치질은 위생상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통증과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은데, 증상이 심화할수록 수술로만 치료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항문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치핵, 치열, 치루가 있다. 치질은 항문 출혈과 항문 내부 덩어리가 나오는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주변 농양이 곪았다가 터지는 치루를 모두 말한다.
항문은 큰 혈관덩어리 3개와 작은 혈관덩어리들로 이뤄져 있다. 이 혈관덩어리가 부풀어 오르면서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는 질환이 치핵이다. 찬 곳에 오래 앉아 있거나 변비로 인해 화장실에 오래 앉아 힘을 주는 압력 등의 원인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치핵은 위치에 따라, 직장의 점막과 항문 피부가 만나는 치상선 안쪽에 발생하는 내치핵과 치상선 밖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구분한다. 환자 비율은 내치핵이 20%, 외치핵이 10%, 내치핵과 외치핵이 복합된 혼합치핵이 70%를 차지한다.
치핵은 겨울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기온이 낮아지면 모세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치열은 딱딱한 변이나 심한 설사로 인해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배변 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특징이며, 배변 후 휴지로 닦을 때 피가 휴지나 변에 묻어 나오게 된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욱 많이 나타난다.
급성 치열의 경우 좌변기에 오래 앉아 있지 않고 좌욕을 자주하는 등 생활 속 노력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만성 치열은 항문 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치루는 항문 주위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통로를 만드는 질환으로, 항문 주변의 통증, 부기, 고름 등 분비물과 출혈이 나타난다. 발병 원인은 대부분 치핵과 만성 설사, 염증성 장 질환, 항문 주위 농양 등에 의해 발생한다.
평소에 치루 증상을 느끼지 못했더라도 과음, 심한 설사를 한 후 염증이 생겨 항문이 아프다가 곪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오래 두면 항문 주위에 복잡한 길이 뚫려 치료하기가 어려워지고, 드물지만 치루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질은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일, 채소, 해조류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하며, 배변 시간은 5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치질 초기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하루 2회 최소 3분 이상 매일 좌욕을 하면 항문 주변 울혈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치질은 자가 진단을 통해 치료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지만, 부위의 특성상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병을 키우는 것.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료와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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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