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 기능은 서서히 저하된다. 식욕이 떨어지고, 눈이 침침해지고, 허리·무릎 통증이 잦아지는 등 노화 증상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건강수명'이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몸이 아픈 기간을 제외한 기간으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노쇠를 예방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노쇠는 노화와 달리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급격하게 저하돼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몸의 기능이 정상 수준보다 감퇴한 것으로, 비정상적 노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노인증후군' 또는 '노쇠증후군'이라 한다.
노인증후군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대처하면 급만성 질병이나 기능소실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6개월간 5kg 이상 체중 감소했거나 팔다리가 물렁할 정도로 근육량이 감소한 경우, 심한 피로감을 자주 느끼는 경우에는 노인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한노인병학회 '노인증후군 연구회'는 노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연하장애 ▲영양결핍 ▲수면장애 ▲섬망 ▲치매 ▲방광조절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어지럼증 ▲보행장애 ▲낙상 ▲골다공증 등을 꼽았다.
연하장애는 음식물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다. 영양실조, 호흡곤란을 비롯해 삼킨 음식물이 폐에 흡입돼 폐렴을 유발하기도 한다. 연하장애가 발생했다면 연하 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노인은 젊은 사람에 비해 칼로리 요구량이 적은 반면, 칼슘, 비타민D, 비타민B12의 요구량은 높은 편이다. 운동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만성질환, 치매, 우울증, 기능장애를 앓고 있거나 술과 약물에 의존하게 되면 영양결핍에 걸릴 수 있다. 영양결핍으로 체중이 줄면 몸이 쇠약해지고 낙상, 골질환 등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영양결핍과 각종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 세 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채소, 고기, 생선, 계란, 콩 등을 골고루 섭취하고, 유제품과 과일을 많이 먹어주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도 식욕 유지와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수면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노인은 신체기능의 저하, 정신적 문제, 약물 복용 등의 이유로 불면증을 겪기 쉽다. 수면장애를 앓는 경우 노인성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심한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등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섬망 증상도 주의해야 한다. 섬망은 신체 질환, 약물, 알코올 등으로 인해 뇌의 기능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증상이 지속되면 뇌세포가 손상돼 치매 발생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치매는 노쇠를 부르는 질환이다. 기억력·집중력·사고능력 저하 등 치매 의심 증상이 보인다면 치매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요실금은 우리나라 70세 이상 성인 2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노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요실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고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요실금은 약물치료로 대부분 개선 또는 완치가 가능하다.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도 노쇠의 징조다. 근시, 노안, 녹내장, 백내장, 당뇨병성 안병증, 시력 저하 등이 시각장애에 해당한다. 시각장애는 낙상 등 위험한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신경세포 수와 기능이 감소해 청각 기능도 떨어진다. 청각 장애는 사회적 고립, 우울증 문제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 인지 장애 및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시력·청력 검사는 적어도 1년에 1~2번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두통과 어지럼증을 자주 느낀다면 정밀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저혈압, 시각·청각 장애, 우울증, 약물 복용 등이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잦은 어지럼증은 보행 문제를 비롯해 낙상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므로 원인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근감소증은 노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노화로 인한 근육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근육이 노쇠해지면 그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근감소증은 보행 장애와 낙상 사고 위험을 높인다. 체중이 줄고 보행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야 한다. 한 연구 결과, 보행 능력이 저하된 노인은 일반 노인에 비해 신체적·정신적 장애 발생 위험이 1.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쇠를 피해가려면 근력 유지는 필수적이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시력장애, 어지럼증, 보행장애 등으로 인한 낙상은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낙상 위험을 높이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낙상 사고 시에는 즉시 119에 연락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면 낙상 사고 시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골다공증 환자는 경미한 낙상사고에도 골절이 발생하기 쉽다. 나이가 들면 골밀도가 감소하면서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진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는 칼슘과 비타민D 섭취를 늘리고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100세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노쇠를 부르는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건강수명은 자연스레 늘어난다. 노쇠만 피해 가도 건강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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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