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물음표] 삼겹살에 소주? '고지혈증'으로 가는 지름길

사람들은 몸에 이상을 느낄 때 병원을 찾는다. 대부분의 병은 전조증상을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오는 병도 있다. '고지혈증'은 전조증상이 없는 질환 중 하나다.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고지혈증을 방치할 경우 협심증, 뇌경색, 심근경색 등 각종 심혈관 질환은 물론, 장기 손상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

고지혈증은 혈액 내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많은 상태를 말한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지질(지방)의 일종으로 체내에서 합성되거나 음식물을 통해 흡수된다. 지질은 몸에 필요한 성분이다. 콜레스테롤은 체내 세포와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 성분이며, 호르몬 합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성지방도 칼로리 섭취가 부족한 경우 체내에서 에너지원으로 분해해 사용된다. 하지만 몸의 필수 성분도 과유불급,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필요 이상으로 많아진 지질 성분은 혈관 벽에 침착된다. 이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성을 잃게 되면서 동맥경화 위험이 높아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혈관이 막혀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지혈증은 일부 피로감, 흉통, 호흡곤란, 황색종, 각막환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사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혈액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며, 콜레스테롤 200mg/dL 이상, LDL 콜레스테롤 130mg/dL 이상, 중성지방 150mg/dL이상인 경우 고지혈증 수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이 때는 건강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고지혈증 수치 조절을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고지혈증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당뇨, 비만, 알코올 등이다. 가족 중 한 명 이상이 고지혈증을 갖고 있다면 유전적 요인을 의심해봐야 한다. 유전의 영향으로 혈액 내에 특정 지질이 증가해 고지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당뇨병도 고지혈증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당뇨병으로 체내 인슐린이 부족해지면 혈관 내 지질이 빠르게 축적돼 고지혈증을 부른다.

식습관 및 생활습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비만은 대표적인 고지혈증 위험인자다. 고열량, 고지방, 고나트륨 식이로 인한 비만이 고지혈증 등 각종 대사질환을 일으킨다. 알코올도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알코올은 간에서 지방합성을 촉진해 고지혈증의 원인이 된다.

특히 고지혈증은 중년 여성의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내장지방의 축적을 막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 후에는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혈관 내에 콜레스테롤이 쉽게 쌓이게 된다.

고지혈증의 예방 및 치료 방법은 혈액 내 지질을 낮추는 것이다. 과체중, 비만인 경우 체중을 줄이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적이다. 식단을 구성할 때 탄수화물과 포화 지방, 트랜스 지방 섭취는 줄이고 단백질과 불포화지방, 식이섬유 섭취는 늘리는 것이 좋다. 삼겹살, 곱창 등 기름기가 많은 육류나 유제품, 빵류, 과자류 등은 과다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반면 어류, 견과류, 채소류 등은 고지혈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잦은 음주와 흡연은 피해야 한다. 담배의 니코틴 등 유해물질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 특히 담배 연기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관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유발하기에 직접 흡연은 물론 간접 흡연도 좋지 않다.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고지혈증 수치가 관리되지 않을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약물 투여로 지질 수치가 낮아졌다 해도 약을 중단하면 다시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약물 복용 기간 등 투여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고지혈증은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5명 중 2명 이상이 진단받을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병이지만,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와 대부분 병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다. 몸에 이상이 느껴졌을 때는 이미 고지혈증에 의한 합병증이 진행된 상태다. 병이 또 다른 병을 낳기 전에 미리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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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