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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원장님의 ‘한원장의 부부상담’ 칼럼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은 헬스위크 독자입니다. 그래서 한 원장님께 직접 문의를 드려도 되는지 먼저 여쭙겠습니다.
저는 중학생 아이가 있는 4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전남편과 이혼을 했고, 중학생이 된 아이는 현재 아빠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빠의 잘못으로 이혼을 했지만,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아이를 제가 데려오지 못한 부분이 내내 마음 아플 뿐입니다. 아이와는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이 사실을 말하기 겁이 나서 현재까지 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엄마는 오직 내 엄마이고, 다시 결혼하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했던 아이인지라,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겁이 나기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재혼 사실을 아이가 몇 세쯤에 알리는 것이 좋으며, 어떻게 말을 해야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인지 판단이 서질 않아 도움을 구합니다. 이 문제로 아이에게는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어, 늘 마음이 무겁고 죄책감과 우울감이 듭니다.
독자분께서 현재 무척 고민스럽고 힘든 마음이라 짐작됩니다. 아이에게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무거운 마음과 죄책감이 드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지요. 아이가 어떠한 성향인지, 그리고 어떤 상처를 받았고, 독자와는 어떤 관계인지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 말씀 주신 사연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아이는 오직 나의 엄마이기를 원하며 독자분이 재혼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재혼을 한다는 것을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아마도 엄마는 다른 가정을 새로 꾸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의 엄마를 다른 낯선 이들(재혼하는 남편, 그 집의 아이들)에게 빼앗긴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혼을 경험하며 부모에 대한 큰 상실을 겪었는데, 엄마를 또다시 잃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마음에서 그리 이야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참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독자분의 말씀처럼 언제까지나 비밀로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이 다칠까 봐 이 사실을 말하는 것을 미룰수록 아이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더 속상할 가능성이 높지요. 가장 좋은 것은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말을 할 때 충분한 준비와 설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학생 아이는 어른들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이기에, 찬찬히 상황과 독자분의 마음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였으면 합니다.
엄마가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만났고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엄마의 마음에는 어떠한 편안함을 주는지.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이 너를 덜 사랑하거나, 너에 대한 사랑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지금보다 더 자주 만나고 항상 가장 소중한 딸로서 지낼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엄마는 지금처럼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딸을 얼마나 사랑할지에 대해서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물론 한 번의 대화로 다 해결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님이 실망하더라도 진심을 전달하는 것을 여러 차례 시도하셨으면 합니다.
결국 진심은 유려한 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달하려고 애쓰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가까운 사람 간의 불화는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와 시간을 두고 찬찬히 대화를 나누시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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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