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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저는 어릴 적부터 매운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못 먹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조금이라도 매운 음식을 먹게 되는 날에는 다음 날 아침에 꼭 설사하게 됩니다. 매운 음식을 안 먹더라도 1~2주에 한 번씩은 꼭 설사하는 배변 습관이 있는데요.
참고로 저는 평소 변기에 20분 정도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있습니다. 오래 앉아 있어야 끝까지 시원하게 볼 일을 마칠 수 있더라고요. 이 때문인지 치핵이 생긴 것 같습니다. 가끔 화장실에 다녀오면 항문이 부풀어 오르고 통증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배변 후 한두 번 정도는 항문이 찢어져 극소량의 출혈이 있기도 했습니다. 저는 현재 29세이며, 이러한 증상은 20대 초반부터 생겼습니다.
매운 음식을 함께 먹은 지인들은 괜찮은데, 저는 왜 항상 설사가 나타나는지 의문입니다. 선천적으로 위장이 안 좋은 걸까요? 잦은 설사도 이와 관계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설사와 치핵 증상은 어떤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만성적으로 평소 잦은 설사를 하는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과민성 장증후군’ 또는 ‘기능성 설사’입니다. 이 두 가지 질환은 기질적 이상, 혈액검사 이상, 과도한 염증 등이 없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기능성 질환’이라고 해, ‘기질적 질환’과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만성적이라는 것은 보통 6개월 이전부터 시작된 증상을 말합니다. 따라서 독자분처럼 어릴 때부터 시작된 잦은 설사는 만성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상적인 설사의 횟수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하게 모 아니면 도처럼 딱 나눌 수는 없겠지만, 대략 본인 배변의 1/4 이상이 무른 변이거나 설사면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났다고 봅니다. 간단히는 주 1회 이상으로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
독자분처럼 과거 1~2주에 한 번이라는 횟수는 애매하기는 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증상이 있었다면 최소한 기능성 설사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여기에 배변과 관련된 복통이 함께 동반된다면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복통이 동반되면 과민성 장증후군, 그렇지 않으면 기능성 설사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설사 증상은 아무래도 먹는 음식과 깊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과거부터 잘 알려진 음식으로는 고지방 기름진 식사, 유제품, 기름에 튀긴 음식, 밀가루, 커피, 술, 담배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식 중에는 포드맵(FODMAP) 관련 연구가 많은데, 포드맵이란 발효가 가능한 탄수화물을 말합니다. 이러한 탄수화물은 대장에서 장내 미생물에 의해 쉽게 발효되어 가스가 발생하고 설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매운 음식도 과민성 장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매주 10회 이상 매운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과민성 장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92% 더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이러한 특징은 여성에게만 나타났습니다.
매운 음식이 모든 사람에게서 과민성 장증후군을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캡사이신은 장에 있는 수용체와 상호작용해 증상을 유발하는데, 매운 음식으로 과민성 장증후군이 발생하는 사람들은 장내 벽에 이러한 수용체가 더 많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장내 미생물 군집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음식을 먹어도 각기 다른 소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매운 음식 섭취와 설사 증상을 기록하는 것은 상관관계를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관련이 있다면 매운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필요시에는 의사와 상담 후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을 복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변비나 설사 등으로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주거나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은 치핵의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이러한 습관은 항문 혈관 안에 피가 고여 혈관이 늘어나면서 치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치핵의 대표적인 증상 세 가지는 출혈, 항문 덩이, 항문 통증입니다. 특히 혈전성 치핵인 경우, 빠져나온 항문 조직에 피가 고이면서 불거진 치핵 조직과 함께 심한 통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좌욕과 배변 습관 교정 등이 집에서도 가장 쉽게 해볼 수 있는 치료법이지만,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오래 앉아 있어야 끝까지 시원하게 볼 일을 마칠 수 있다면, 배변 완화제를 복용해 점차 배변 습관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아울러 음주 또한 치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과도한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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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