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걸음걸이를 보면 사람들은 술에 취한 것이라 생각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의지와 상관없이 균형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희귀 난치성질환인 '소뇌위축증'이 바로 그 원인이다.
소뇌위축증은 소뇌가 위축되면서 기능에 이상이 생겨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질환이다. 뇌의 일부인 소뇌는 자발적 운동을 조절하고 자세와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뇌를 뇌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라 일컫는 이유다. 몸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소뇌가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우리 몸은 지시자가 사라진 통제불능 상태에 이른다.
소뇌위축증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유전적인 요소, 뇌졸중, 외상, 종양, 대사성 질환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뇌위축증은 증상이 파킨슨병과 유사하나 문제의 근원지가 다르며 파킨슨병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다. 초기 증상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뇌위축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어지럼증과 균형감각의 상실이다. 몸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몸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물건을 집을 때 떨림이 생기며 몸이 굳어가는 듯한 마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자주 넘어지고 낙상 사고의 위험이 따른다.
또 목소리, 숨소리, 발음의 변화가 나타난다. 어눌한 발음, 평소보다 가늘어지거나 높아진 목소리, 숨찬 소리 등은 소뇌위축증의 증상이다. 이 밖에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수면장애가 생길 수 있다.
아직까지 소뇌위축증을 멈추는 치료법은 없지만, 증상을 빨리 발견하고 조절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의 근육이 굳고 떨림 증상도 심해진다.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치료가 어려울 수 있어 이상 증상이 시작된 초기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운동, 물리치료, 식단 조절 등을 통해 증상의 억제 및 완화를 돕는다. 소뇌위축증 치료는 마라톤에 비유된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운 후 꾸준히 관리를 해주는 것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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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