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30년에는 인류에게 가장 큰 질병 부담이 될 질환이 우울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며, 혼자 참거나 숨겨야 하는 질환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울증 환자는 어떤 방법으로 병을 극복할 수 있을지, 또 우울증 환자의 가족이나 지인은 어떤 태도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살펴보자.
우울증은 단순히 마음의 병이라고 칭하기는 힘들다. 몸의 변화로 인해 유발되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피린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의 부족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실제로 전두엽 기능의 저하로 우울증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따라서 단순히 의지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약 복용과 상담 등의 전문 치료를 통해 증상을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몸의 변화를 치료해야 감정도 변화할 수 있다.
우울증약 복용에 있어 부작용이 생기거나 약을 끊지 못할까 봐 두려워,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항우울제는 과거보다 부작용은 적고 충분한 효과를 보이는 약물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또 2~3개월 정도 복용만으로 증상 개선을 느낄 수 있다. 단, 재발을 막기 위해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꾸준히 복용해야 이러한 효과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항우울제 또한 다른 질환에 따른 약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좋아지면 약을 중단할 수도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아라 교수는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신뢰 관계를 갖고 진료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니,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처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마음의 감기를 고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증 환자 수백만 명을 바라보는 오늘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 없는 성숙한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울증 극복을 위해서는 전기 침 치료, 한약 치료와 같은 한방치료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전기 침 치료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윤나 교수는 “전기 침 치료는 뇌와 미주 신경을 활성화하고 염증 및 면역계를 조절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한방치료법”이라며 “우울증 치료로는 항염증 효과를 통해 신경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신경을 보호하는 등 신경정신과 질환에 응용되고 있는 맥문동, 진피, 울금, 생강, 부채마, 백과, 인삼 등의 한약재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것도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건강한 식단으로 세 끼를 잘 챙겨 먹는 것이 좋다. 햇볕을 쬐며 걷거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우울감 개선에 도움이 된다. 음주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의 가족이나 지인이라면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되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와 가까울수록 흔히 범하기 쉬운 말실수는 ‘왜 집에만 있고 밥도 거르냐’, ‘밖에 나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밥도 먹고 해라’ 등의 이야기다. 계속되는 우울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가 우울증의 증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환자도 스스로 집에만 있고 싶어서, 굶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며, 만약 의지대로 행동이 조절된다면 그것은 병이 아니고 일시적인 우울감에 불과하다.
그러니 비난보다는 환자가 힘든 부분을 깊이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행동이 큰 도움이 된다. 우울증 회복을 위해서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럴 수 있어’, ‘금방 좋아질 거야’와 같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말을 건네서도 안 된다. 환자 본인의 감정에 공감을 못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우울증은 회복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병이다. 가까운 지인과 가족이라면 좌절하거나 단념하지 말고 끈기 있게 환자의 곁에 있어 주기 바란다. 우울증 환자를 돕는 일은 많은 에너지와 의지가 필요하다. 본인의 에너지를 잘 조절해야 하며, 스스로도 마음의 충전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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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