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안지영 씨는 맡고 있는 업무와 자녀에 대한 염려, 경제적인 고민, 배우자와의 갈등, 미래의 불확실함 등 다양한 문제에서 걱정이 크다. 이러한 걱정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지영씨를 괴롭히며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불안함도 병일까?
불안은 누구나 느낄 수 있으며, 모든 불안이 비정상적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과도하거나 통제하기 어렵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정도의 불안을 느끼는 경우에는 진료가 필요한 ‘질병’일 가능성이 있다.
심한 불안에는 신체적, 인지적, 행동적 변화가 동반된다. 불안을 발생시켰던 한 가지 걱정이 해결되더라도 또 다른 걱정으로 생각이 옮겨가서 불안이 지속되는 경우도 흔하다.
불안 증상은 크게 세 가지 상황에서 나타난다. 첫째, 예측할 수 없고 스스로 통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믿을 때 생기는 두려움이다. 다음으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인데, 예를 들어 시험을 앞둔 상황 등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2021년에 실시한 정신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불안장애 1년 유병률은 3.1%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1.6%, 여성은 4.7%로 여성이 남성보다 세 배 정도 많은 것도 특징적이었다.
불안장애의 주요한 원인으로 생물학적 원인과 심리·사회적 원인이 있다. 불안장애 환자는 일반적으로 교감 신경이 항진돼있고 반복되는 자극에 느리게 적응하는 특성을 가진다. 또한 보통의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교감신경의 항진으로 인해 두근거림, 혈압 상승, 호흡곤란, 식은땀,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불안장애의 심리·사회적 원인에서는 인지적 구조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걱정을 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거나, 비현실적 미래의 위협을 상상해 정작 중요한 현실의 위협은 외면하기도 한다. 또한 마치 내가 걱정을 많이 하면 부정적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처럼 믿는 마술적 사고가 나타나기도 한다.
불안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미국정신의사협회(APA)에서 발행한 DSM-5-TR 진단기준에 따라 불안장애를 진단하는데, DSM-5-TR에서는 범불안장애 진단 기준을 1)일상에서 과도한 걱정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2)걱정을 통제하기 어렵고, 3)근긴장, 집중력 저하, 불면 등 불안과 관련한 신체적 증상이 3가지 이상 나타나며, 4)이로 인한 직업적, 사회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 즉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발생하고, 5)이러한 증상들이 약이나 의학적 질환에 의한 것이 아닐 때로 제시하고 있다.
불안장애로 진단되는 경우,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인지행동 치료, 약물 치료, 상담 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할 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게 작용하는 것은 약물 치료로 주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가바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작용하는 항우울제, 항불안제를 처방한다. 불안장애는 대개 우울장애보다 더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하며 최소 6~12개월 투약이 권고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평생 투약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담 교수는 “불안장애 환자들은 약을 복용하는 것 자체에도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조금만 증상이 나아지면 약을 바로 줄이거나 중단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은데, 환자가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을 줄이면 ‘반동불안’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전보다 불안 증상이 더 심하게 재발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종류의 약이 이전보다 더 높은 용량으로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의없이 임의로 약 중단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불안장애의 치료에는 의학적 치료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관리 또한 중요하다. 불안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커피 등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는 좋지 않고 술과 담배도 멀리해야한다. 최근 다이어트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다이어트약 성분에 암페타민 유사 성분이 포함된 경우 불안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의사와 상담하여 다이어트약의 중단 혹은 변경이 필요하다.
허담 교수는 “불안장애는 임상에서 과소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불안증에 동반되는 다른 신체증상 때문에 다른 과의 진료를 받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 교수는 “불안장애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주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도움을 받는 환자들이 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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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