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경이로운 일이며 축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임신 이후 산모는 힘겨운 과정을 견뎌야 한다.
갑작스러운 입덧으로 곤란해지고, 배는 수시로 뭉치고 딱딱해지며, 몸은 간지럽고, 매일 늘어나는 튼 살과 피부 착색 때문에 당황할 일 투성이다. 호르몬 변화로 기분까지 수시로 널뛴다. 열 달간 종잡을 수 없이 변화하는 몸과 마음은 어떤 방법으로도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에 그저 버티고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산모에게는 태교라는 부담감까지 더해진다. 태교란 임산부가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일을 의미한다.
서양에서 태교는 산전훈련의 개념이다. 산모의 신체 건강에 초점을 두고 건강한 태아를 출산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반면, 동양에서의 태교는 산모의 정서와 행동에 초점을 둔다. 산모가 절대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며 언행을 삼가야, 태아 또한 건강하고 안정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만큼 태교에 압박을 주는 나라는 없다. 산모에게 태교는 필수 조건처럼 여겨지고, 특히 직장인 여성처럼 태교할 시간이 부족한 산모는 죄책감까지 느끼게 된다. 만약 태아에게 이상이라도 생기면 산모가 태교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는 압박감까지 떠안게 된다.
하지만 태교를 함으로써 태아에게 좋은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는 없다. 물론 태교를 통한 산모의 감정이나 기분은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 산모가 태교 음악을 들을 때 행복한 감정이 든다면 태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태교를 안 하면 태아에게 안 좋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으로 한다면 오히려 악영향이 된다. 간혹 영리한 아기를 기대하며 산모가 영어나 수학 공부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이러한 태교법 때문에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당연히 태아에게 좋지 않다.
진정한 태교는 산모가 즐기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태교를 통해 산모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영어나 수학 공부, 그 이상을 해도 좋다.
남편이 태담하는 것 또한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뱃속 태아는 양수 안에 떠 있는 상태다. 남편이 아무리 배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한다고 할지라도 태아에게는 물속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태아가 산모 배에 귀를 대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산모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나 생활에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산모는 태교를 꼭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버려야 하고, 태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태교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식습관 등을 통해 산모의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산모가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태어나는 아기의 건강과 직결된다.
태교는 선택사항이며, 어디까지나 산모의 정서를 위한 행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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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