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새 정부에 ‘장애인 정책’ 비전 제시를 바란다

도움말: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매해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 UN 총회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 장애인의 날을 선포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장애인의 해’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1981년부터 정부 행사로 진행돼 왔다. 1991년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30년이 넘은 시간 동안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권리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은 꾸준히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런데도 장애인의 권리가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역부족이다. 2001년 오이도역 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20년 넘게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에는 한 장애인단체의 지하철역 출근길 투쟁으로 사회적 논란이 됐는데, 대다수는 투쟁하는 이유보다 투쟁의 방식에 더 관심이 쏠려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대중교통, 장애인은 그 ‘누구나’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게 장애인 권리의 현주소인 셈이다.

올해 장애인의 날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와 맞물려있다. 장애인의 권리증진은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지만,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있어 우려되는 점이 많다. 우선, 개인예산제 도입 등 윤석열 당선인이 발표한 장애인 공약은 범 장애계 요구공약에 비하면 극히 일부만 반영되었다. 장애계와의 소통 과정도 다양한 장애 유형과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기는 부족했다. 돌이켜보건대 대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소극적 의지 표명과 당대표의 대외 설전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장애인정책의 비전 창출을 주도하지 못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새롭게 출범할 정부에 다음과 같이 바란다.

첫째, 곧 발표할 국정과제에 새 정부의 장애인정책 철학과 비전을 담기 바란다. 어떤 정책이든 정부의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목표와 세부 전략 등 구체적인 방안이 구성된다. 현재까지는 현 정부가 장애인정책에 대해 어떠한 철학이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올바른 정책추진을 기대할 수 없다. 이에 장애유형을 아우르는 정책과제를 포함해 명확하게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이전 정부부터 이어진 법·정책 현안에 대한 명확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장애인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등 최근 이슈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되어 새로운 정부까지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장애등급제 폐지, 개인예산제 도입 등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현안들과 함께 제도 정비와 정책 마련에 있어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정부만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장애계와의 밀접한 소통을 더욱 강화해가길 바란다. 올해는 국정과제 선포와 함께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 수립되는 시기인 점을 고려해 향후 5년간의 장애인정책 발전을 위해 더욱더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정과제에 반영하지 못한 세부 과제를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반영하는 과정을 앞둔 만큼 일부 단체와의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다양한 장애인단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소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 해를 시작할 때 흔히들 ‘새 마음, 새 뜻으로’라고 말한다. 장애인 권리 실현이 어려웠던 지난날들을 되새기며, 새롭게 출범할 정부 역시 ‘새 마음, 새 뜻으로’ 장애인에게 와닿는 변화를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한다. 새 정부 출범 1년 이후 맞게 될 내년 장애인의 날에는 장애인 권리 실현을 위한 단단한 기반을 확인할 수 있는 ‘장애인의 날’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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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