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에 숨은 복병 ‘심방세동’, 고령층이라면 심장 신호에 귀 기울여야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겨울철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면 우리 몸의 혈관은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강하게 수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 변동이 커지면서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평소보다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심장 내 전기 신호 체계에 혼란을 일으켜 부정맥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이라면 부정맥의 대표적 질환인 ‘심방세동’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심방세동 및 조동 환자는 지난 2020년 약 22만 9천 명에서 2024년 29만 2천 명으로 4년 사이 27%나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전체 환자의 약 88%인 25만 7천여 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심장 노화와 관련된 질환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건강 화두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심방세동이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규칙적으로 뛰지 못하고 미세하게 떨리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이 정상적인 수축 기능을 상실하면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심장 내부에 정체되는데, 이때 끈적하게 굳은 피뭉치인 ‘혈전’이 생성되기 쉽다. 문제는 이 혈전이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해 뇌혈관을 막을 경우 치명적인 뇌졸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실제로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 사망률은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질환의 주요 원인은 노화로 인한 심장 근육의 변성이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이 동반될 경우 위험은 더욱 커진다. 특히 겨울철의 매서운 추위는 수축된 혈관을 통해 심장 전기 신호 체계에 과부하를 걸어 증상을 악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심방세동은 초기 증상이 모호하며, 환자 3명 중 1명은 증상을 아예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따라서 가슴 두근거림, 숨 가쁨, 답답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하며, 60대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장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다행히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심방세동의 치료 문턱은 낮아지고 있다. 초기에는 혈전 생성을 막는 항응고제 등의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시술적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기존에는 고주파 열을 이용한 ‘전극도자절제술’이나 냉각 에너지를 사용하는 ‘냉각풍선절제술’이 주로 시행되었다. 최근에는 열이나 냉각 대신 전기장만을 활용해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펄스장절제술(PFA)’이 차세대 치료법으로 등장해 환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심방세동은 방치할 경우 뇌졸중이라는 비극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다. 심장 기능이 약해지기 쉬운 고령층일수록 겨울철 급격한 기온 변화에 대비해 체온 유지에 힘쓰고, 자신의 심장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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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