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이 가까워질수록 불규칙해진 생리... 왜?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의 삶에서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인 폐경은 대개 50세 전후에 찾아오지만, 실제로 폐경이 시작되기 4~7년 전부터 우리 몸은 서서히 변화를 겪게 된다. 이 시기를 폐경 이행기(갱년기)라고 부르며, 이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신체적 징후 중 하나가 바로 생리 불규칙 현상이다.

생리 주기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정교한 상호작용으로 조절된다. 폐경 이행기에 접어들면, 난소의 기능이 점진적으로 노화되고 저하되기 시작한다.

첫째, 난소 내에 남아있는 난포의 수가 감소하고 그 기능이 약해지면서 배란이 정상적으로, 혹은 규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잦아진다. 생리 주기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배란이 불규칙해지면, 이에 따라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의 양 역시 불안정해진다.

둘째, 에스트로겐의 분비 역시 이 시기에는 들쭉날쭉 불안정한 양상을 보인다. 이 두 가지 주요 여성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서 자궁내막이 정상적으로 증식하고 탈락하는 과정에 혼란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호르몬 불균형의 결과로 생리 주기가 갑자기 짧아지거나(예: 21일 이내), 혹은 길어지고(예: 35일 이상), 생리 양이 평소보다 과도하게 많아지거나 반대로 극히 적어지는 등 다양한 형태의 불규칙한 출혈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생리 불규칙은 폐경 이행기의 자연스러운 신호이지만, 만약 장기간 출혈이 멈추지 않거나 출혈량이 지나치게 많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이는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식증 등 다른 산부인과 질환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폐경은 질병이 아니라, 누구나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삶의 전환기이다. 이 변화를 건강하고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체적, 심리적 측면에서 적극적인 대처 자세가 필요하다.

폐경 이행기에 수반되는 감정 기복, 우울감, 불안감 등의 심리적 증상은 호르몬 변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변화를 부정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취미 활동이나 봉사 활동, 사회 참여 등을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안면 홍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 천천히 숨을 쉬는 복식 호흡은 자율신경계의 안정을 도와 심리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져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하고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매일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걷기, 조깅 등)은 필수적이며, 적절한 근력 운동을 병행하여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 운동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우울감을 해소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식단 관리는 폐경 이행기 건강을 지키는 핵심 요소이다. 특히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우유, 콩, 녹색 채소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과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또한, 콩이나 두부 등에 함유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소플라본)은 폐경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저지방, 저염식을 기본으로 하고,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안면 홍조를 악화시키는 흡연, 과도한 음주, 카페인 및 자극적인 음식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폐경 이행기는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유방암 등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시기이므로,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확인 등을 포함한 정기적인 종합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안면 홍조, 수면 장애 등 폐경 증상이 심하여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여 호르몬 대체 요법(HRT)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호르몬 요법은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지만, 개인의 건강 상태와 질병 위험도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지므로 반드시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

폐경은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건강 관리와 성장의 단계로 접어드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변화를 미리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함으로써, 더욱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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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