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 찾아오는 불청객 '난청', 조기 발견이 삶의 질 결정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이어폰과 헤드셋의 사용이 전 세대에 걸쳐 일상화되면서 청력 저하를 호소하는 현대인이 급증하고 있다. 소음이 심한 지하철이나 카페 등에서 높은 볼륨으로 음악을 청취하거나, 장시간 영상 콘텐츠에 몰입하는 습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청력을 서서히 퇴화시킨다. 난청은 통증을 동반하지 않고 진행 속도가 완만하여 초기 인지가 어렵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의사소통 장애를 넘어 심각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난청이란 외이와 중이를 거쳐 전달된 소리가 내이의 달팽이관과 청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과정 중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소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소리를 감지하고 전달하는 내이와 청신경의 손상으로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오인하기 쉬워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

발생 원인은 매우 다각적이다. 선천적인 유전 요인이 전체 원인의 약 절반을 차지하며, 바이러스 감염이나 종양, 정신적 충격 등에 의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돌발성 난청'과 사고로 인한 '두부 외상성 난청'이 대표적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장기간 소음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과 특정 약물 및 화학물질에 의한 '약물성 난청'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노인성 난청' 역시 흔하게 나타나며, 때로는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난청의 핵심 증상은 청력 저하이나, 대개 서서히 진행되므로 본인이 직접 자각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조용한 환경에서의 대화는 무리가 없더라도, 사람이 붐비는 소란스러운 장소에서 말소리를 놓치거나 넓은 회의실에서 타인보다 소리를 작게 느낀다면 난청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원인 질환에 따라서는 귀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이루(耳漏), 현기증, 귀가 꽉 찬 듯한 이충만감, 두통, 심한 경우 안면신경 마비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진단의 관건은 단연 '조기 발견'에 있다. 선천적 위험군인 미숙아, 심한 황달을 겪은 신생아,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출생 직후부터 정밀한 청력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성인의 경우 이명이나 어지럼증을 계기로 병원을 찾았다가 난청을 진단받는 사례가 빈번하다. 진단 과정에서는 상세한 병력 청취와 함께 청각학적 검사, 전정기능 검사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며, 필요에 따라 뇌간유발반응검사나 이음향방사검사, CT 및 MRI 등의 영상 검사를 통해 내이와 청신경의 기능을 정밀하게 평가한다.

치료 전략은 원인과 유형에 따라 상이하게 적용된다. 염증성 질환이 원인인 경우 약물 치료를 선행하며, 구조적 이상이 확인될 때는 수술적 교정을 고려한다. 수술로 회복이 어려운 감각신경성 난청의 경우, 개인의 청력 상태에 정밀하게 맞춘 보청기 착용이 큰 도움이 된다. 만약 양측 청력을 거의 상실한 중증 상태라면 인공와우 이식술을 통해 소리를 청신경으로 직접 전달하는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난청은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시작할수록 잔존 청력을 보존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일상생활에서는 이어폰 사용 시 적정 볼륨을 유지하고 사용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청력 보호를 위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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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