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흔하고 만성적인 습관 중 하나는 바로 ‘짜게 먹는 식습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나트륨 권장량(2,000mg)을 훌쩍 넘는 우리의 식탁은 이미 수많은 질병의 시한폭탄을 품고 있다. 짠맛에 길들여진 미각을 바꾸고 건강한 삶을 되찾기 위한 점검과 해결책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때이다.
나트륨은 우리 몸의 삼투압을 유지하고 신경 자극 전달에 필수적인 무기질이지만, 과도할 경우 독이 된다. 특히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국물 요리와 젓갈, 장아찌 등의 전통 반찬은 나트륨 과다 섭취의 주요 원인이다.
나트륨이 혈액 속에 많아지면 주변의 수분을 끌어당겨 혈액의 양이 늘어납니다. 혈액량이 늘면 혈관이 받는 압력이 높아져 고혈압을 유발한다. 고혈압은 초기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쉬우나, 장기간 지속되면 혈관 손상 및 경화(굳어짐)를 초래하여 심장병, 뇌졸중(중풍)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크게 증가시킨다.
또한, 짠 음식은 위 점막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어 염증(위염)을 쉽게 일으킨다. 만성적인 짠맛 섭취는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회복을 더디게 하여, 결국 위축성 위염을 거쳐 위암으로 발전할 위험성을 높인다. 특히 가족 구성원끼리 식습관을 공유하는 경우 위암의 가족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트륨이 과다하면 신장은 이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칼슘까지 함께 소변으로 내보낸다. 체내 칼슘 수준이 떨어지면 뼈에 저장된 칼슘을 꺼내 쓰게 되고, 이는 뼈를 약하게 만들어 골다공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 특히 성장기 아동이나 폐경기 여성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체내 수분 균형을 깨뜨려 아침에 얼굴이나 손발이 퉁퉁 붓는 부종을 유발한다. 또한, 혈압 상승과 관련된 두통이나 어지러움, 그리고 수면의 질을 저해하는 수면 장애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오랜 기간 길들여진 짠 입맛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국물 대신 건더기 위주의 식사 습관을 들이고, 천연 조미료와 향신료를 활용해 풍미를 더하는 것도 좋다.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풍부한 식품의 섭취를 늘리며, 가공식품 및 반조리 식품은 조리 시 데치는 등의 전처리를 해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짠맛에 길들여진 미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2~3주만 꾸준히 싱겁게 먹으면 혀의 미뢰(맛봉오리)가 점차 적응한다. 특히 가족의 식습관은 대물림되므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주방의 소금과 간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삶은 싱거운 식탁에서 시작된다. 식탁을 점검하고, 나트륨 과다 섭취라는 ‘시한폭탄’을 해체하는 실천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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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