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뇌질환과 치매

▲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경과 최호진 교수
치매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노년층뿐만 아니라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발병하며 많은 이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질병인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여전히 막연하게 느껴진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경과 최호진 교수와 함께 퇴행성 뇌질환과 치매에 대해 알아본다.

Q. ‘퇴행성 뇌질환’이란 무엇인가요?
A. 퇴행성 뇌질환은 뇌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손상되어 발생하는 질병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가 일부 손상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 질환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한다. 치매는 이 퇴행성 뇌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결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Q. 치매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던데, 대표적인 질환은?
A. 치매는 원인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전체 치매 환자의 6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여 플라크를 형성하고, 타우 단백질이 엉키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된다. 초기에는 주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며, 병이 진행될수록 언어 능력이나 시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진다.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는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비정상 단백질 덩어리인 루이소체가 뇌에 쌓여 발생한다. 인지 기능의 변동이 심하고, 초기부터 생생한 환시(환각)나 파킨슨병과 비슷한 운동 증상(경직, 떨림 등)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항정신병 약물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약물 선택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는 뇌의 앞쪽인 전두엽과 옆쪽인 측두엽이 집중적으로 손상되는 질환이다. 다른 치매에 비해 비교적 젊은 나이(50~60대)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증상으로 언어 능력 저하가 두드러지거나, 성격 및 행동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Q. 퇴행성 뇌질환은 왜 생기는 건가? 특별한 위험 요인이 있을까?
A.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은 바로 고령이다. 그 외에도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특히 전두측두엽 치매는 유전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 음주 등 뇌혈관 건강을 해치는 생활 습관들이 주요 위험 요소이다. 운동 부족, 사회적 고립, 불균형한 식단, 심지어 청력 저하나 미세먼지 등도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Q. 치매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A. 다양한 검사를 종합하여 진단한다. 먼저 인지기능 검사를 통해 환자의 인지 능력이 얼마나 저하되었는지 평가한다. 그다음, CT나 MRI 같은 뇌영상 검사로 뇌의 구조적 손상 여부를 확인한다. 필요에 따라 뇌파 검사나 혈액 검사를 진행하여 다른 내과적 질환을 배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을 직접 확인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Q. 완치가 가능한가? 치료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안타깝게도 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치매는 완치가 어렵다. 하지만 증상 완화와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약물치료로는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에 사용되는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와 같은 적극적인 치료법도 도입되고 있다.

약물치료와 함께 비약물 치료도 매우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 인지 프로그램, 균형 잡힌 식단 관리 등은 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Q.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은?
A. 완벽한 예방법은 없지만, 발병 시기를 늦추고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들은 있다.
걷기, 달리기 등 꾸준한 운동은 뇌 건강에 필수적이다. 독서, 악기 연주, 새로운 학습 등 두뇌를 사용하는 활동을 즐겨야 한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고, 금연과 절주를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견과류 등을 골고루 섭취하고, 친구나 가족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사회적 고립을 피하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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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