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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존재하는 소리가 아닌, 귀에서 어떤 소리를 듣는 것을 이명이라고 한다. 이명을 느끼는 경우의 절대 다수는 청각신경계에서 일어나는 감각신경성 이명이지만,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종류의 이명도 있다. 이명의 여러 가지 원인 중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명의 발생 원인과 치료 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구분이 필요한 중이근 경련성 이명에 대해 잠실아산이비인후과 임현우 원장과 함께 알아본다.
Q. 중이근이란?
A. 외부의 소리가 고막까지 도달하고 나면 고막에서 떠어져 있는 달팽이관까지 소리 에너지가 전달되어야 한다. 고막에는 손잡이처럼 생긴 작은 뼈가 붙어 있고, 달팽이관 입구에도 단추처럼 생긴 또 다른 작은 뼈가 붙어 있는데, 이 두 뼈 사이를 연결해주는 또 다른 작은 뼈가 있다. 즉, 고막까지 온 소리는 이소골이라고 하는 이 세 개의 작은 뼈를 통해서 달팽이관까지 전달된다. 그리고 고막에 붙어 있는 이소골과 달팽이관에 붙어 있는 이소골에는 각각 한 개씩 작은 근육이 연결되어 있다. 이소골에 붙어 있는 이 두 개의 작은 근육은 고막 안쪽 중이 공간에 있기 때문에 중이근이라고 부른다.
Q. 중이근은 어떤 역할을 하나?
A. 귀로 들어온 소리가 너무 커서 달팽이관이 손상될 수 있는 상황이면, 중이근이 여기에 반응해 반사적으로 수축하게 된다. 이소골에 붙어 있는 중이근이 작동하면 고막과 이소골의 진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달팽이관으로 전달되는 소리가 줄어들게 된다. 청각이 손상될 만큼 큰 소리를 듣게 될 때, 신경기관인 달팽이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Q. 중이근 경련성 이명이란?
A. 중이근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작동을 해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중이근이 불필요하게 수축하거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떨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중이근에 경련이 발생할 수 있는데, 중이근은 고막과 이소골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이근의 경련은 소리를 만들어 낸다. 중이근의 경련에 의해 발생하는 이명을 중이근 경련성 이명이라고 한다.
Q. 중이근 경련성 이명의 증상은?
A.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로, 일정 크기 이상의 소리에 작동해야 하는 근육인데, 정상보다 훨씬 작은 소리에도 중이근이 작동하는 경우다. 주변에서 조금만 큰 소리가 나거나 누군가 크게 웃기만 해도 중이근이 작동해서 귀가 멍해지고 덜컥거리는 느낌이 난다.
두 번째는 일상적인 소리에 중이근이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떨리는 경우다. 음악 소리나 대화 소리가 커질 때, 샤워기 소리나 본인 목소리에도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생기기도 한다. 세 번째로는 주변에 큰 소리는 물론 소리가 전혀 없는 상황에도 중이근에 경련이 생기는 것이다. 소리는 한동안 지속되다 사라지고, 또다시 반복되는 증상이 생긴다.
Q.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하나?
A. 중이근에 왜 이상 수축 증상이 발생하는지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중이근의 피로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도하거나 반복적인 소음에의 노출은 중이근을 지나치게 사용해 피로하게 만들고 중이근의 경련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중이근 경련성 이명은 어린이집 교사나 악기 연주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풍선이 주변에서 펑 커지거나 갑자기 내지른 고함 소리와 같은 일시적인 폭음 노출 이후에도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정한 선행 유발 요인을 찾지 어려운 경우도 많다.
Q. 진단 방법은?
A. 중이근의 경련에 의한 고막의 떨림을 직접 확인해 진단할 수 있다. 내시경으로 고막을 봤을 때 중이근 경련에 의한 고막의 미세한 떨림이 보이기도 하고, 청각 검사 중 고막 검사를 통해 고막의 떨림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또는 중이근 경련에 의해 고막에서 발생하는 덜컥거리는 소리를 의사가 청진기도 들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중이근은 워낙 미세한 근육이고 근육의 수축이 크지 않은 경련에서는 환자는 경련과 이명을 느끼지만 외부에서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환자의 증상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리게 되므로, 특징적인 증상에 대한 병력청취가 진단에 가장 중요하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A. 중이근의 경련은 수일에서 수주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반복적인 소음 노출에 의한 피로 현상일 수도 있으므로, 귀를 쉬게하고 과도한 소음을 피하면서 지내다 보면 증상이 점차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너무 심하거나 오래 지속하게 되면 치료가 필요하다.
근육의 경련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우선 항경련제와 근육이완제와 같은 약물을 수주간 사용하게 된다.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다른 근육 경련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보톡스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고막 안으로 보톡스를 주입해 중이근의 힘을 떨어뜨리고 위축되게 만들어 이명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이런 치료에도 증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술을 통해 이소골에 붙어 있는 중이근을 잘라줄 수 있다. 수술을 하면 중이근의 기능이 사라지므로 경련에 의한 이명은 없어지게 되만, 침습적인 수술보다는 약물 치료나 보톡스 주입술과 같은 보존적인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Q. 마지막 한 말씀
A. 중이근 경련성 이명은 감각신경성 이명과는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며, 치료에 대한 접근도 통상적인 이명과는 다른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고 불필요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다른 원인에 의한 이명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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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