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물음표] HPV백신, 남성도 맞아야 하는 이유는?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여성 청소년에게만 지원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을 남성 청소년에게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 "남성 청소년 HPV 예방접종의 비용효과를 분석한 2차 연구 용역 결과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것"이라 밝혔다.

HPV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자궁경부암의 원인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HPV 고위험군의 경우 자궁경부 세포의 비정상적 변형을 유발해 자궁경부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어, HPV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9~14세에 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늦어도 26세 이전에 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다. HPV 백신을 맞으면 HPV 감염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HPV와 자궁경부암의 연관성은 이미 많이 알려진 상태다. 때문에 'HPV 백신은 여성이 맞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남성도 HPV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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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HPV 감염에 의한 두경부암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남성 발병률이 여성에 비해 확연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경부암은 뇌와 안구를 제외하고 코, 부비동, 구강, 안면, 후두, 인두, 침샘, 갑상선 등 머리와 목에 발생한 모든 종류의 악성종양을 말한다. 발생 위치에 따라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침샘암, 갑상선암, 부비동암 등으로 구분한다.

두경부암 중 구강암은 가장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구강암은 잇몸이나 혀 등에 발생한다. 입안의 궤양·종괴·부종이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구강 내 적색·백색 반점이 생긴 경우 구강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병이 진행될수록 구강 내 덩어리가 느껴지고 통증이 생기며, 연하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경부암의 주요 발병 원인은 음주와 흡연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HPV 감염으로 인한 환자들도 늘고 있다. HPV 감염은 성적 접촉을 통해 이뤄지는데, 구강성교는 두경부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두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 절주, 구강위생 관리를 비롯해 HPV 백신접종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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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백신인 가다실9는 9가지 유형의 HPV 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 14세 이하는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며, 성인의 경우 최초 접종일로부터 2개월 후 2차 접종이, 6개월 후 3차 접종이 이뤄진다.

HPV백신은 HPV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지만, 이미 감염된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목적으로는 활용되지 않는다. 즉, HPV에 노출되기 전 적절한 시기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HPV에 감염된 상태라 해도 다른 종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접종이 권유된다.

흔히 HPV 백신을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라 알고 있지만, HPV는 자궁경부암 외에도 두경부암, 음경암, 항문암 등과도 연관이 있다. 또 성접촉에 의해 감염되기에 여성과 남성 모두 주의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남성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12~13세 남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남성 HPV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 남성 청소년에게도 백신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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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