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물음표] 밤만 되면 '꼬르륵'... 가짜 배고픔이 병을 부른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야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으로 자리한다. 이 행복에 취해 매일같이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 이들의 건강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저녁 7시 이후 식사량이 하루 식사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 '야식증후군'이라 볼 수 있다. 야식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아침에 없던 식욕이 밤만 되면 살아나 잠들기 전까지 음식을 먹는다.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겪기도, 자다가 깨서 음식을 먹기도 한다. 야식을 먹을 때는 충족감을 느끼지만, 이는 일시적인 감정일 뿐 배를 채운 후에는 금세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다음날 또 다시 찾게 되는 야식, 야식은 중독성이 강하다.

야식에 중독되는 이유는 호르몬에 있다. 우리 몸에서는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과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분비된다. 그렐린은 공복 상태가 되면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 보통 식사 직전에 그렐린 농도가 가장 높고, 음식을 섭취하면 그렐린 분비가 줄어든다. 이 때부터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이 분비돼 식욕을 억제한다. 이 두 가지 호르몬이 상호작용하며 식욕을 조절한다. 하지만 호르몬 작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식욕이 제어되지 않아 가짜 배고픔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다.

스트레스는 호르몬 작동을 방해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인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렙틴의 기능을 떨어뜨려 식욕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야식이 습관화되면 뇌가 야식을 먹는 시간을 식사 시간으로 오인해 그렐린 분비를 촉진시킨다.

일반적인 경우 밤에는 렙틴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고, 코르티솔 분비가 줄어든다. 이런 상태에서는 배고픔을 느끼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야식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밤에 렙틴과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고,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코르티솔이 분비돼 식욕이 증가한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가짜 식욕을 달래기 위해 야식을 찾게 된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가짜 배고픔은 건강을 갉아먹는다. 야식증후군은 비만, 소화불량, 수면장애 등 여러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보통 야식으로 먹는 음식은 고지방·고당분·고나트륨 음식으로, 과도한 칼로리 섭취는 비만으로 이어진다. 비만은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또 야식은 복통, 설사 등 소화장애의 원인이 되며, 야식을 먹고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로 잠이 들면 위·식도 역류 질환에 걸릴 수 있다.

밤에 음식을 먹으면 위장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는데, 이는 불면증의 원인이다. 수면의 질이 낮아지면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저하돼 무기력증, 우울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건강을 지키려면 야식과 멀어져야 한다. 야식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렙틴, 그렐린의 상호작용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루 세 끼 규칙적인 식사는 기본, 잠들기 4시간 전에 저녁 식사를 마치는 것이 좋다. 아침, 점심을 챙겨 먹으면 저녁 공복감을 줄일 수 있다. 음식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늦은 시간 허기가 느껴질 때는 고열량 음식 대신 삶은 달걀, 요구르트, 당분이 적은 과일, 샐러드, 견과류 등을 섭취한다. 습관이 된 야식을 끊는 일은 쉽지 않다.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높은 음식으로 대체하며 서서히 양을 줄여가야 한다.

운동을 통해 식욕을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주일에 4회 정도 운동을 하면 식욕을 낮출 수 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것도 식욕 조절에 도움이 된다. 뜨거운 물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위장 활동을 억제한다.

야식증후군의 원인인 스트레스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렙틴과 그렐린의 상호작용은 수면과도 연관된다. 충분히 잠을 자야 두 호르몬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하루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해야 한다.

야식을 멀리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가짜 배고픔에 속아 건강을 잃지 않으려면, 오늘 밤 야식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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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