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질수록 감기 환자가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됐다. 과도한 냉방기기 사용으로 인해 여름 감기가 유행하다 보니 고열, 오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당연스레 '감기'를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도 있어 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레지오넬라증'은 여름 감기로 오인하기 쉬운 질환 중 하나다. 레지오넬라증은 물에서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레지오넬라균은 25~42℃의 따뜻한 물에서 잘 번식하며 수돗물이나 증류수에서 수개월 간 생존할 수 있다. 에어컨의 냉각탑수, 샤워기, 가습기, 수도꼭지, 목욕탕, 찜질방, 수영장 등 오염된 물 속에 머물다가 작은 물방울 입자 형태로 공기 중에 퍼져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온다. 오염된 물 입자를 흡입하면 감염되지만 사람 간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레지오넬라증은 증상에 따라 ▲레지오넬라 폐렴과 ▲폰티악열로 구분된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균에 노출되고 2~10일 후에 발현된다. 주증상은 마른 기침,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권태감 등이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폐렴 외에 심근염, 심외막염, 부비동염, 봉소염, 봉막염, 신우신염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폰티악열은 균에 노출된 후 48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설사, 복통, 식욕부진 등 독감 초기 증상과 유사하며, 보통 특별한 치료 없이 일주일 이내에 자연치유된다.
레지오넬라 폐렴 치료 시에는 항생제가 투여된다. 항생제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10~14일 가량 지속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산소흡입, 물리치료 등이 병행되기도 한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의 경우 항생제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률이 80%에 달할 만큼 위험하다. 만성폐질환자, 흡연자, 면역저하환자, 암환자, 당뇨·신부전 등 만성질환자는 고위험군에 속한다.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조기 치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레지오넬라증 예방을 위해 균의 증식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는 샤워기, 수도꼭지, 욕조, 에어컨 필터 등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관리해야 한다. 특히 1주일 이상 사용하지 않은 수도꼭지, 샤워기는 분리 세척한 후 2분 이상 물을 흘려보낸 뒤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습기도 매일 물을 갈아주고 청소 후에는 완전히 건조한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3~4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대형건물, 목욕탕, 수영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냉각탑과 냉각 장치의 청소, 소독, 수질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환기 시스템 구축, 온도 조절 등을 통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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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