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물음표] 다리에 푸른 혈관 보이면 무조건 '하지정맥류'?

직장인 송모(36)씨는 외출 전 용모를 확인하며 뒤태를 살피던 중 다리에 선명하게 보이는 푸른 혈관에 시선이 멈췄다. 평소에도 신경이 쓰였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다 보니 혈관이 더 도드라져 보인 것이다. 푸른 혈관은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과 연관된 문제일 수 있어 송씨는 정확한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흔히 다리에 푸른 혈관이 보이면 사람들은 '하지정맥류'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다리에 혈관이 비친다고 해서 무조건 하지정맥류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피부가 얇거나, 하얗거나 지방이 적으면 혈관이 비쳐 보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미관상의 문제일 뿐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푸른 혈관이 보인다면,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정맥류와 초기 증상이 비슷한 질환들도 있어 초기에는 외관상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정맥류와 초기 증상이 유사한 질환으로 '망상청피반(그물울혈반)'이 있다. 망상청피반은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그물 모양으로 피부가 푸르스름해지거나 얼룩덜룩해지는 궤양성 피부질환이다. 하지정맥류와 근본적 원인은 동일하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다.

망상청피반은 과다하게 생성된 섬유소 혈전 등이 혈관을 막으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여러 요인으로 혈액이 과다 응고되면 혈액순환 통로가 막히고 주변 조직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피부 색이 변하게 된다. 증상 초기에는 무릎, 발목 주변 등 얇은 피부 위주로 색이 변하다가 서서히 하지 전체, 상체 쪽으로 환부가 넓어진다. 혈액공급이 안되면 ▲손발 끝이 파랗게 변하는 레이노이드 현상 ▲손발 끝 저림 ▲부종 ▲근육통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 궤양·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 망상청피반은 비교적 생소한 질환으로, 보통 증상이 나타났을 때 하지정맥류로 오인하기도 한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내부의 판막이 손상돼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심장으로 가야 하는 혈액이 하지 쪽으로 역류하게 되는 현상이다. 하지 정맥의 압력이 높아지고 혈액이 역류하면 정맥이 늘어나고 돌출될 수 있다. ▲오랫동안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경우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이 밖에 ▲노화 ▲임신 ▲호르몬 이상 ▲흡연 ▲운동 부족 ▲몸에 꽉 끼는 옷 등도 원인이 된다.

하지정맥류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에 따라 얇은 실핏줄이 보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악화되면서 푸른 혈관이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돌출돼 피부가 울퉁불퉁지고, 피부 염증, 궤양, 착색 등이 생길 수 있다.

물론 하지정맥류 환자 모두 증상이 같은 것은 아니다. 혈관 돌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성 하지정맥류'도 있다. 이 때는 증상이 눈에 보이지 않아 단순히 다리 피로감이라 생각하기 쉽다. 다리 부종, 경련, 저림 등 불편한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면 돌출 혈관이 없더라도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

망상청피반과 하지정맥류 두 질환 모두 방치하면 점차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이다. 다리에 감각이상이 나타난다면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리 알고 적절히 대처하면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증상들을 개선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