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침 치료, 더 이상 동양의 ‘신비한 의술’이 아니다

도움말: 오상신경외과 오민철 원장

▲ 오상신경외과 오민철 원장

자율신경실조증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통증이나 여러 장기의 불편감 등이 주 증상입니다. 자율신경실조증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한의원에서 침 치료나 한약을 복용했던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동양의 문화적인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서양 의학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대부분 병·의원의 진단 및 치료 방법으로는 자율신경실조증의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율신경실조증으로 병원을 방문해서 진료를 보면 대부분은 여러 가지 검사를 반복 하다가 결국에는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의 처방을 받게 되는 게 가장 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장기간 정신과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고 약 자체의 부작용이나 약을 복용해도 불편감이 지속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 ‘무언가 다른 치료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내원하여 침 치료나 한약 등의 한의학적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서양의학 교육을 받은 다수의 의사들에게 한의학적 치료는 근거 중심의 논리적인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 환자분들을 보면 의학적 치료에서 한계를 느끼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한의학이나 대체의학적 치료를 더 선호하게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은데, 분명한 것은 의학에서 찾지 못한 답을 일부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교감신경항진 증상으로 신경안정제를 먹어도 불안증이 개선되지 않던 환자가 침 치료를 하면서 교감신경 항진에 의한 전신의 긴장이나 혈액순환 장애 등이 호전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보게 됩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최소한 자율신경실조증 관련해서는 양방과 한방의 치료가 상호 보완적으로 이루어지면 환자분들의 삶의 질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율신경실조증은 신경계 증상뿐만 아니라, 순환기, 소화기 문제와 원인불명의 통증과 관련된 수많은 증상이 있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진료 영역은 무궁무진할 수 있어 침 치료나 한약 등을 막연히 근거가 부족한 학문이라는 편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조금더 관심을 가지고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침 치료의 효과는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서구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침으로 마취한 환자가 수술 중 의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게 된 미국 의학계는 일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침(acupuncture)이 뭐냐’며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것도 그 무렵부터입니다.

미국 국립 보건원(NIH)에서는 1997년도에 한의학의 침(鍼)에 대해 ‘수술 후 화학요법에 따른 구역, 구토, 수술 후 통증 등을 억제하는 데 효능이 있고, 약물중독, 뇌졸중 재활, 두통, 월경 시 경련, 섬유근육통, 관절염, 요통, 천식, 불안·공포, 불면증의 대체 치료법으로 유용하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세계 최고 권위의 기관이 침의 효능을 최초로 공식 인정한 것입니다. 그 이후 침은 더 이상 동양의 ‘신비한 의술’이 아니라, 전 세계 의료계가 질병의 직접적인 치료 또는 보완·대체 치료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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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