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이 바뀌었다는 것은 원래 정상적으로 자야 될 시간에 잠이 오지 않고, 오히려 잠에서 깨 활동할 시간에 잠을 자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는 수면위상 상태로, 뇌의 정상적인 작동이 깨져 수면리듬이 뒤바뀐 상태를 말한다.
우리 몸에는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이라는 생체시계가 있다. 이 용어는 라틴어 ‘circa(근처에)’와 ‘diem(하루)’을 합성한 단어로, 24시간 주기를 의미한다. 서캐디언 리듬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 몸에 새겨진 시간으로, 24시간 낮과 밤에 맞춰 신체적 활동이 일어나는 생체리듬이다. 이에 맞춰 우리 신체는 낮에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깨어있고, 밤에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잠 드는 것이다.
이러한 서캐디언 리듬은 기상, 식사, 수면과 같은 활동에 대한 신호를 신체에 주기적으로 보낸다. 이로 인한 생활습관은 기분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체리듬이 불규칙해지면 불안감, 우울감 등이 나타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햇볕은 서캐디언 리듬에 깊게 관여한다. 햇볕을 쬐면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일상생활을 돕고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 더불어 어두울 땐 수면을 도와주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며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멜라토닌은 항산화 작용 및 면역력 강화 등의 기능을 한다.
이처럼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은 일조량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낮에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하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오상신경외과 오민철 원장은 “일광욕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의욕이나 식욕을 조절하고 숙면을 돕는 작용도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매일 햇볕을 쬐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서캐디언 리듬은 인체가 햇볕과 함께 24시간 주기로 생활할 수 있도록 흐른다. 하지만 밤낮이 바뀌면 햇볕을 쬐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고, 호르몬 분비 또한 방해를 받는다.
밤낮이 바뀌는 상태는 교대근무나 야근이 지속되는 직장인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혹은 불면증이 지속돼 잠이 오는 시간이 계속 뒤로 밀리며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수면습관이 계속되면 우리 뇌는 밤 시간대의 수면을 점점 더 늦은 시간으로 미루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수면리듬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밤을 새고 잠드는 시간을 일정하게 맞추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보다는 잠에서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맞출 것을 권장한다. 아무리 늦게 자거나, 자야 될 시간에 못 잤더라도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맞춰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 생체시계는 잠이 드는 시간이 아닌 일어나는 시간을 기준으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신경과 정유진 교수는 “모든 수면장애에서 가장 우선되는 치료 원칙은 올바른 수면 위생을 지키는 것”이라며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낮 시간, 주로 햇빛이 비치는 시간대에 30분~1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나 음식을 피하고, 자기 전 흡연이나 음주는 삼가야 한다”며 “술은 처음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잠을 자주 깨게 하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수면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수면 위생을 지켰음에도 생체시계 회복이 어렵다면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하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약물치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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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