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먹통'에 불안했다면...도박과 유사한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주말,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에서 역사상 최장기간 동안의 서비스 오류 사태가 발생했다. 카카오톡은 직장 업무나 지인 모임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의사소통의 장이 10시간 이상 마비되며 국민의 일상에 큰 차질을 빚었다.

30대 김모씨는 “카톡이 아예 송수신되지 않아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어플리케이션을 온종일 껐다 켰다를 반복했고, 마치 스마트폰에 지배된 것처럼 무의식중에도 계속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20대 백모씨는 “카톡이 일상이 되면서 주변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해 대화하거나 전화하는 게 부담스러워 피했었는데, 이번 사태로 카톡을 대체할 수 있는 소통법을 찾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카톡에 의존했었는지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오류 사태를 반긴 이도 있었다. 40대 임모씨는 “직업 특성상 주말에도 업무 카톡에 시달리는 편인데, 단 하루였지만 카톡에서 해방되니 스마트폰이 없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태는 우리가 평소 새로운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것에 대한 강박과 이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에 관해 강박관념이 있었음을 여실히 깨닫는 계기가 됐다.

큰 노력 없이 몇 번의 터치로 즉각적인 쾌감을 주는 스마트폰은 마치 도박과 유사하다. 이러한 쾌감에 익숙해지면 어떠한 노력을 가해 성취감과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점점 피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일상 중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히기 쉽다. 이러한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는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자율적 조절능력을 떨어뜨려, 신체 및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한다. 그런데도 스마트폰 없이는 삶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끝까지 놓기 힘들어지고, 결국 일상생활이 스마트폰에 잠식돼버린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의 경우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가 더 심각하다. 지난 2021년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 127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만 9543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소영 교수는 “위험회피 성향(위험한 상황에 대한 감지력이 높은 성향)의 아동·청소년은 낯선 외부요인에 대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더욱 크게 경험하는 특징이 있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감정의 해소 전략으로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위험회피 성향의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는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해 아이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스마트폰의 과사용은 ‘디지털 격리 증후군’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는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현상이다. 즉, 의사소통은 메신저나 문자를 통해, 물건 구매는 앱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사람과 대면하지 않을 수 있어 훨씬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대인관계 형성에 점차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부는 스마트폰 중독 예방 수칙을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다.
1.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자신만의 조절 방법을 찾아 실천한다.
2. 스마트폰으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콘텐츠만 이용한다.
3.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거나 이동할 때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4. 온라인 공간에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한다.
5. 스마트폰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한 활동에 참여한다.

스마트폰 사용을 자발적으로 멈추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시간을 무언가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 스마트폰을 보관하고 가족 모두가 대화하는 시간을 갖거나, 여가활동을 통해 건강하게 대처하는 것이 권장된다.

스마트폰은 앞으로 우리의 일상에 더욱 깊이 관여할 것이다. 갈수록 편리함이 증대되는 만큼 중독의 위험 또한 점점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 사용을 현명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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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