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세브란스병원, 위산분비억제제 PPI 안전성 입증

▲ 사진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심뇌혈관질환 유발 논쟁이 있던 PPI 약제의 안전성이 입증돼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병원장 최동훈) 신경과 유준상 교수, 김진권 교수, 상경대학 응용통계학과 강상욱 교수, 박주영 연구원 팀이 위장관질환에 널리 사용되는 약제인 위산분비억제제 ‘프로톤 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이하 PPI)’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음을 밝혔다. 연구는 SCI급 국제 저널인 미국 위장관학회지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IF 10.864)’에 온라인 게재됐다.

위산분비억제제 PPI는 전 세계적으로 위식도 역류, 위염, 소화성 궤양 등의 위장관질환 치료에 폭넓게 사용되는 약물이다. 그러나, PPI 복용 시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어 안전성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유준상, 김진권 교수는 PPI의 심뇌혈관질환 유발 위험이 엄격한 실험 대조군 연구들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PPI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이는 것과 관련해, 환자들이 다른 질환을 동반한 상태에서 PPI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PPI가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었다. 또한, PPI가 주로 사용되는 위식도 역류질환은 가슴 통증을 주요한 증상으로 보이는데, 심장질환을 지닌 환자들이 가슴 통증을 위식도 역류에 의한 증상으로 오인해 PPI를 자주 사용했을 가능성 역시 존재했다.

유준상, 김진권 교수는 분석 과정에서의 통계적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응용통계학과 강상욱 교수, 박주영 연구원과 협력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공동 연구팀은 심뇌혈관질환을 겪은 환자군에서 약물을 투여한 기간과 그렇지 않은 기간 간의 위험도를 비교하는 자기대조 환자군 연구기법(Self-Controlled Case Series, SCCS)을 활용해 관찰연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했다. 이에 더해 콕스 회귀분석에 기반한 기존의 전통적 생존 분석을 함께 시행했으며, PPI와 더불어 널리 사용되는 위장관 약물이지만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은 없다고 알려진 H2 차단제에 대한 대조 연구를 함께 진행했다.

연구팀은 2004년~2005년 국가건강검진 수검자 중 심뇌혈관질환의 과거력이 없는 30만여 명과 이중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한 10,952명을 대상으로 자기대조 환자군 분석과 콕스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자기대조 환자군 분석에서는 심뇌혈관질환 발생률이 PPI와 H2 차단제 모두에서 증가하지 않았으나, 전통적인 생존분석법인 콕스 회귀분석에서는 두 약제 모두에서 증가함이 확인됐다.

콕스 회귀분석과 달리 자기대조 환자군 분석에서 PPI 복용에 따른 위험도 증가가 없다고 나타난 것은 해당 약제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가진 특성이 반영된 혼란 효과가 내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환자군의 특성인 고령 및 동반 질환으로 인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진 것이 PPI 복용으로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였을 뿐이며 실제로는 PPI에 의한 위험도 상승이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심뇌혈관질환 유발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H2 차단제에서도 분석 양상이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번 연구는 그간 논쟁이 있었던 PPI 약제의 심뇌혈관질환 유발 위험이 없음을 밝힌 것임과 더불어,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과 응용통계학과 연구진의 공동 연구로 환자 개개인의 혼란 변수를 통제해 통계적 정확도를 더욱 높인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신경과 유준상 교수는 “혼란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기대조 환자군 기법을 활용했으며 이는 PPI가 심뇌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음을 증명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PPI 약제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우려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상당수 있었던 만큼 향후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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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