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리에스여성의원 정창원 대표원장
요즘 산부인과나 심지어 성형외과에서도 이러한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과장된 거짓말이다.
요즘 의학 전반적으로 비침습, 즉 환자에게 손상을 덜 가하는 수술보다는 간단한 시술을 받는 것이 유행이다.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실제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보다 덜 아프고 간단한 시술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코 높임 수술보다는 코 필러를, 얼굴 리프팅 수술보다는 실을 넣는 리프팅 시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나, 간단한 것을 더 선호하는 환자들의 심리를 병원 측이 악용하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효과가 같지도 않고 의학적으로 다른 방법임에도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실정이다. 저렴한 비용에 간단하고 아프지 않다는 사실만을 강조해서 시술을 부추길 뿐이다.
질 레이저는 질을 물리적으로 축소시키는 방법이 아니다. 얼굴 피부를 좋게 하기 위해 받는 레이저로 예를 들어볼 수 있다. 피부과에서 레이저를 설명해 주면서 얼굴이 작아질 거라고 설명한다면 이는 거짓말이다. 물론 레이저나 고주파, 초음파 등 여러 다양한 기계들의 각종 효과가 다르긴 하지만 기껏해야 피부에 탄력과 당기는 느낌을 줄 뿐이다. 얼굴뼈의 변형을 주지 않는 한 얼굴 형태 변화는 불가하다. 얼굴 형태에 변화를 주는 간단한 시술을 위해서는 필러를 넣어야 한다.
현재 나와있는 질 레이저 기계들도 피부과에서 쓰는 장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체나 매질은 똑같으나, 얼굴이 아닌 질에 넣을 수 있도록 끝부분만 변형된 장비들이다. 하지만 얼굴에는 피부를 좋게 한다고 쓰이는 장비들이, 질 쪽에서는 질 점막을 좋게 해주는 것이 아닌 질 축소 장비로 둔갑돼 광고 중인 것이다. 질 축소를 간단한 시술로 원한다면 당연히 질 레이저가 아니라 질 필러를 받아야 의학적으로 말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피부과에서 쓰이는 여러 장비들은 효과의 정도나 타깃층이 각각 다르다. 그러나 산부인과쪽으로 약간의 변형만 되어 넘어온 질 레이저들의 경우 이런 차이들이 무시된다. 전부 질 축소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이다.
질 축소 수술은 질을 둘러싸고 있는 골반근육을 복구하고 해부학적으로 질의 축과 반경, 구조를 바꿔주는 수술이다. 질 필러와 완전히 다르며 축소 효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기현상이 발생되는 걸까? 우선 질 축소 수술은 쉽지 않은 데다 비교적 시간이 소요된다. 또 공포감이 드는 수술보다 간단한 질 레이저가 환자를 회유하기 쉽다. 병원에서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한 건의 수술보다는 차라리 질 레이저를 같은 시간에 여러 건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의사도 덜 힘들고 이익 측면에서 더 유리한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없는 성형외과에서도 질 축소 수술은 못하더라도 레이저는 쉽게 할 수 있으니 병원 수익 확장 차원에서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효과 측면에서 질 안쪽을 환자가 쉽게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질 축소 효과는 성관계 시 환자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플라세보 효과(위약 효과)를 주기 쉽다는 점도 작용한다.
의학적으로 약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있고, 시술로 되는 경우가 있고,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엄연히 존재한다.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데 쓸데없이 더 힘든 수술을 권하는 경우도 문제다. 거꾸로 수술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데 간단하다는 이유만으로 효과가 없는 시술이나 약을 권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당연히 수술 말고도 간단한 시술이 있다면 덜 침습적인 시술을 해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질 축소 수술과 질 레이저는 서로 대체될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각각의 효과가 분명히 다르다.
질 레이저는 폐경 후 질 점막 위축과 질 건조증 치료에는 효과가 있다. 피부에 쓰이는 레이저가 피부 개선을 위해 쓰이듯, 질 레이저도 질의 피부인 질 점막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제대로 알고 대상이 되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받아야 할 것이다. 질 축소 수술을 받지 못하지만 질 축소를 간단히 시술로 원하는 경우, 질 레이저가 아니라 질 필러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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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