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치매인 줄 알았던 증상, ‘우울증’ 때문일 수 있어

도움말: 힘찬걸음한의원 박재경 대표원장

▲ 힘찬걸음한의원 박재경 대표원장
A씨는 최근 어머니 걱정이 많다. 70세가 넘은 어머니가 1~2년 전부터 약속을 잊거나 물건을 잃어버리고 불안해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고 입맛을 점점 잃더니 체중도 빠지고 기력이 부쩍 쇠약해 보였다. 게다가 어지럽다고 하며, 잠을 잘 못 자고 낮에 깜빡 조는 일이 자주 있다고 했다.


단순히 노화 현상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족들 모두 무심히 넘어갔다가 어느 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어머니가 길을 잃어 집을 찾기 어려워한다는 연락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놀라 큰 병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 치매 검사를 시행했다.

기본적인 혈액 검사부터 뇌 MRI, PET-CT와 더불어 치매선별검사까지 거치고, 다행히 어머니는 치매가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가족들은 치매가 아니니 우선 안심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지속적으로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였고 점점 증상이 심해지는 것 같았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거나 상황에 안 맞는 대답을 하는 일이 늘어났다. 또 갑자기 불안해하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 기복도 가족들이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심해졌다.

이 사례는 우울증에 의한 ‘가성치매’에 해당한다. 가성치매란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증후군이다. 뇌신경의 퇴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는 않으며 보통 우울증이 그 뿌리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영상의학적 검사상 뇌의 위축이 치매를 진단할 정도로 심하지 않다.

가성치매의 증상은 말을 하거나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데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기억력 저하가 두드러질 수 있다. 집중력이 저하돼 대화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감정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저하돼 길을 잃거나 운전을 할 수 없게 되거나 본래 잘 사용하던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에 더해 늘 하던 활동에 흥미를 상실할 수 있으며, 우울한 기분이 한 번 시작되면 일주일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불면증이나 과다수면 증상이 있을 수 있고, 피로감이 지속될 수 있다. 또 식욕이 과도하게 저하되거나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증상들은 치매인 경우에도 매우 흔하다. 또한 실제로 치매를 진단받은 이가 우울증을 동반해서 진단받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따라서 보호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히 노화로 인한 뇌의 변화와 치매로 인한 뇌의 변화는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충분히 구별 가능하다. 또한 치매선별검사 상에서 실제 치매 환자인 경우 좋은 점수가 나오기 어렵지만, 가성치매 환자의 경우 실제 생활에서는 기억력 저하가 현저하게 두드러져도 치매선별검사 상에서 좋은 점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에 의한 가성치매의 경우 일반적인 치매와 비교하자면 치료에 대한 반응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고령 환자의 우울증은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속적인 식욕 저하와 불면증까지 동시에 있는 경우, 면역력 저하를 유발해 또 다른 질병으로 연결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에 의한 가성치매 증상을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 실제적인 뇌세포의 퇴행이 더 빨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 세대의 70대 이상에게는 ‘우울증’이라는 것이 생소하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우울증에 의한 신체화 증상을 개별적인 병으로 여겨, 혼자 여러 병원을 다니며 많은 종류의 약을 복용하다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울증에 의한 가성치매 환자를 둔 보호자들이 한방 치료를 찾는다. 식욕저하, 불면증 등으로 인해 쇠약해진 건강을 보완하고 우울감을 개선해, 명료한 뇌기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치료 목적의 한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만약 부모가 인지적으로 예전과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 단순히 노화로 치부하고 상황을 방치한다면 1~2년 내에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그 진단이 치매든, 가성치매든, 노화에 의한 단순한 인지기능 저하든 간에 가족들의 도움 없이 환자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병은 없다. 병이 진행될 수 있는 위험 또한 크기 때문에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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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