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부유물질이 보이는 것, 즉, 비문증은 안과를 내원하는 환자들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다양한 연령의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비문증은 왜 생기며 치료해야 하는 질병일까?

‘비문증’은 한자로 날 비(飛)’ 모기 문(蚊)으로 해석되며, ‘날파리증’이라고도 불린다. 공 모양인 우리 눈의 안쪽 공간은 유리체라는 투명한 젤 형태의 조직으로 차 있는데, 나이에 따른 변화나 여러 가지 눈질환에 의해 유리체 안이 혼탁해지면서 빛이 통과하는데 방해가 되어 마치 눈앞에 무언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것이 비문증이고 결국 비문증은 증상 중의 하나이고 특정 질병을 지칭하는 단어는 아니다.

비문증은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작은 벌레 모양, 아지랑이, 머리카락, 점 모양, 도넛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느낄 수 있고, 눈을 움직일 때마다 따라다니는 양상이며, 하얀 벽지나 종이, 맑은 하늘을 볼 때 더욱 뚜렷하게 보이게 된다.

비문증의 원인은 크게 생리적인 비문증과 병적인 비문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젤리 형태의 유리체가 액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일부 유리체가 응집하면서 혼탁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유리체의 액화 및 응집으로 인해 인접하고 있는 망막과 유리체가 분리되는 ‘후유리체박리’가 발생하게 되며 이때 떨어져나온 유리체의 부유물을 비문증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유리체의 액화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므로 이로 인한 생리적인 비문증은 질병이 아니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비문증 때문에 안과를 다녀온 후 듣게 되는 소견일 것이다. 다만 노화 과정 중에 생기는 증상이더라도 근시가 심하거나 눈 수술, 눈 외상, 염증 질환 등을 앓고 난 후에는 유리체 변화가 더 이른 나이에 나타날 수도 있다.

위와 같이 노화에 따른 비문증은 대개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질병에 의해 발생한 병적인 비문증의 경우는 다르다. 안구 내에 염증 물질이 생기거나 출혈이 발생할 때에도 비문증을 느끼게 되며 이 때는 염증 및 출혈이 왜 발생했는지 찾아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유리체가 액화되고 수축하면서 망막과 유리체가 분리될 때 망막이 잡아당겨지는 자극이 생기게 되는데 번쩍거림과 같은 광시증은 이 경우 느끼게 된다. 이후 유리체가 망막으로부터 문제없이 분리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분리되는 과정에서 유착이 심했던 일부 망막에 손상을 줘 망막이 찢어지는 망막열공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발생한 미세 출혈이나 망막색소 성분들이 비문증을 유발하게 된다. 망막열공은 망막박리라는 안과적으로 위험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서 망막 레이저치료를 받아야 하며, 망막박리의 발견이 늦어져서 시야가 가려보이는 증상 등으로 진행시에는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처럼 병적으로 발생한 비문증의 경우에는 원인에 따라 시력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병의 신호일수도 있기 때문에 비문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정확한 안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안과 검사 기기의 발달로 동공을 확장하지 않고도 광각의 안저 사진을 찍어볼 수 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동공을 확장시키는 산동 검사를 하여 망막 구석구석을 자세히 검사받아 볼 것을 추천한다.

이전에 비문증으로 진료를 보고 난 후 노화로 인한 비문증으로 괜찮다고 진단받은 경우라도 이전의 증상과 다르게 비문증의 개수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광시증이 동반되어 지속되거나, 특정 부분의 시야가 가려보이거나, 눈의 통증과 충혈이 같이 동반되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생리적인 비문증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꼭 다시 안과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생리적인 비문증의 경우 대개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호전되거나, 남아 있더라도 적응이 되어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비문증이 심한 경우에는 레이저 시술로 유리체 부유물을 더 작은 조각으로 부수거나, 유리체절제술이라는 수술을 통해 제거하기도 한다.

단, 모든 시술 및 수술에는 그에 따른 합병증의 가능성이 있고, 특히 유리체절제술이라는 수술은 백내장, 녹내장, 또한 수술로 인한 망막박리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망막전문의와 상의 후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