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섬망’ 증세, 일시적인 정신착란이라고 해도 방심할 수 없는 이유는?

도움말: 힘찬걸음한의원 박재경 대표원장

▲ 힘찬걸음한의원 박재경 대표원장 

큰 수술이나 항암치료, 병 치료 후 갑자기 가족을 못 알아보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가족들이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섬망 증상입니다.


섬망은 '급성 정신 착란'상태를 의미합니다. 많은 경우 신체 전반적인 기능이 회복됨에 따라 섬망 증상도 회복됩니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섬망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기도 하고, 수 개월에서 수 년에 걸쳐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더 나쁜 경우는 섬망 증세를 오랫동안 보이다가 치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섬망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될 때는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원인과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섬망 증세에 놓여있는 사람은 주로 가족이나 병원 의료진을 의심하고, 자신을 해코지하려고 한다고 굳게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쉽게 화를 내고 흥분합니다. 치료에 비협조적이고 약이나 음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이나 집에서도 탈출을 시도하고, 가족들이 아무리 진정시키고 달래려고 해도, 이곳은 내 집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밖으로 계속 나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섬망 증세는 갑자기 시작된 후 몇 시간이나 며칠에 걸쳐 악화되고, 일시적으로 호전 상태를 보이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에 따라 저녁 때 심해지는 경우가 있고(일몰 증후군), 낮과 밤에 관계없이 섬망 증상이 수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섬망의 한의학적 원인은 ‘불안’이 핵심입니다. 섬망 상태일 때 환자는 난폭해질 수도 있고, 욕설을 하거나 고함을 지를 수도 있으며, 망상적인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다양하고 심한 증상을 보일지라도, 섬망 환자의 핵심적인 심리 상태는 '불안함'입니다.

아울러 섬망은 주로 식욕이 극심하게 저하되거나, 소화기능이 저하 및 큰 수술로 인해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그 증상이 심하고 오래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방에서는 섬망을 치료할 때 주로 불안감을 조절하고, 공복감을 심하게 느끼지 않도록 하며, 허약해진 신체 상태를 회복시켜주는 목적의 한약을 처방합니다.

섬망과 치매는 다른 질환이긴 하지만, 섬망을 오래 방치하면 치매가 된다는 것이 전세계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섬망 증상과 치매는 모두 고령의 환자에게 인지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주된 원인이 됩니다. 섬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치매이고, 또한 반대로 섬망이 빈번한 환자는 추후에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섬망이 치매를 발생시킬 수 있는 큰 위험 요인이 되는 이유는, 섬망이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증상'이 아니라 이것이 비가역적으로 뇌신경계를 손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섬망 자체가 사망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섬망으로 인해 항정신병제를 복용하며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거나 와상 상태의 생활을 하면 폐렴, 혈전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1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섬망 상태의 환자를 둔 보호자들은, 영양 섭취에 충분히 신경을 쓰고 불안해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하며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치료에 참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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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