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48)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4년 동안 경기도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근무했다. A씨는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학교 급식실에서 기름 요리 및 다양한 조리 방법을 통한 요리를 14년째 하다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흡연 경력이 전혀 없는 A씨의 폐암 발병 원인을 ‘조리흄(cooking fumes, 조리시 나오는 연기)’으로 볼 수 있는 사례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230도 이상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김이나 볶음, 구이 요리를 조리할 때 지방 등의 분해로 배출되는 조리흄이 발생되어 폐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A씨 역시 오랜 기간 학생들이 선호하는 튀김 등의 요리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조리흄에 노출돼 폐암에 걸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조리흄과 같은 직업성 암은 업무에 내재하거나 동반되는 각종 발암물질 및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고 유해한 작업 조건과 환경으로부터 손상되어 발병하고 일정기간 잠복기가 있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03~2015년 폐암으로 수술한 여성 환자 957명을 분석, 92.7%가 비흡연자였다. 이는 흡연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폐암이 발생한 것임을 설명한다.
폐암 전문가들은 비흡연 여성의 폐암 주요 원인으로 음식 조리시 발생하는 조리흄을 꼽고 있다. 식용유가 탈 때 발생하는 벤조피렌과 육류나 어류 등 단백질 식품이 탈 때 발생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은 발암물질로써, 지속적인 노출이 있을 경우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조리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요리할 때 뚜껑을 덮고 요리하고 가능한 짧게 조리하는 것이 좋다. 또 반드시 창문을 열고 주방 환풍기를 작동시키고, 요리가 끝난 후에도 창문을 바로 닫지 않고 약간 열어둬 최소 15분 이상 자연환기를 해야 한다.
요리 후 높아진 미세먼지 농도는 구이와 튀김요리의 경우는 15분, 볶음 및 끓임 요리는 10분 내에 환기를 시키면 미세먼지 농도가 90% 이상 감소한다.
또한 요리 기구와 재료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면 오염물질이 계속 방출되므로 가급적 빨리 정리하고, 바닥에 가라앉은 먼지가 다시 날리지 않도록 물걸레로 바닥을 청소하는 것이 좋다.
생활 속 올바른 습관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슬기로운 예방이 되며, 건강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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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