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피해 커지는 거리두기 3단계, 막을 수 있으려면

도움말: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주일 평균 800-1000명 수준이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가능해진다. 3단계가 시행되면 대다수 국민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 필수인력을 제외한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수준의 거리두기가 된다.

현재 한국의 거리두기는, 우리는 고통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면 느슨한 수준이다. 구글의 이동성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3-4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한국인들의 이동성은 20% 감소했지만 이탈리아는 80%, 독일은 60%, 미국은 50% 감소했다. 한국은 검사-추적-치료의 정밀대응이 가능했기 때문에 극단적 봉쇄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거리두기 3단계, 자영업과 대면서비스업에 큰 타격

그러나 만약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고, 그것이 공권력으로 강제된다면 한국의 이동성 감소 정도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 사회활동과 삶의 질에 큰 변화가 온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1%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양호한 수준으로 예상되는 것도 극단적 거리두기 없이 방역과 경제를 조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봉쇄조치를 경험했던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3.7%와 –7.5%로 예상됨을 감안하면, 봉쇄에 가까운 3단계 격상은 한국경제에 서구에 버금가는 충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영세자영업과 서비스업에 가해지는 타격은 심각할 것이다. 주요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외식업, 소매업, 숙박업, 대면서비스업 등 거리두기에 민감한 산업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타격받을 수 있다.

극단보다는 최적의 거리두기 

그렇다고 거리두기를 아주 느슨하게 하면 경제적 성과가 좋아질까. 그렇지 않다. 극단적으로 거리두기를 0단계로 포기하면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창궐해 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사회 활동이 위축돼 경제가 어려워진다. 거리두기보다 자연적 집단면역을 추구했던 스웨덴도 경제적 성과가 좋지 않았다. 물론 그 반대쪽 극단인 봉쇄도 사람들의 이동을 막아 경제를 위축시킨다. 거리두기의 양 극단 모두 경제에는 좋지 않다.

결국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앨 수 없는 상황에서는, 거리두기 수준과 경제적 성과 사이에 단선적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역 U자, 즉 산봉우리 모양의 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산봉우리의 꼭대기 즉 경제적 성과를 극대화하는 수준의 거리두기가 최적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최적 수준도 감염자 수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막을 수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감염자 한 사람이 몇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가 1이 넘으면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 불안감도 커지고 결국 경제활동도 영향 받을 것이므로 최적이 더 이상 최적이 아니게 되고 극단적 거리두기 이외의 대안을 찾기 어렵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감염재생산지수를 평균적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 즉 1 근처, 또는 그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방역이 곧 경제적 성과 극대화의 필요조건이 된다.

거리두기 3단계 가지 않고도 감염재생산지수 낮추는 것이 최선

지금 절실한 과제는 거리두기 3단계까지 가지 않고서도 감염증가세를 통제하는 것이다. 사실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건들 중에서는 확진자 수 규모 그 자체보다 증가속도가 더 중요하다. 만약 감염재생산지수가 1 근처여서 신규 확진자 수가 일정 수준을 벗어나지 않게 통제되고 의료체계가 이 상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 수준에서 일주일 이상 유지된다고 해도 이 역시 봉쇄 없이 지속 가능한 하나의 균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때에도 신규 확진자 수 규모 자체가 너무 크고 사망자가 속출하면 사람들의 감염에 대한 불안감 역시 높을 것이므로 이것이 경제적 최적이 아닐 수 있다. 경제활동에 불안감을 유발하지 않는 규모로 신규 확진자 수가 통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 협조와 정밀한 방역이 경제 살리기의 조건 

결국 경제와 방역 모든 면에서 감염재생산지수가 관건이다. 애초에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수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거리두기 3단계 카드를 쓰기 전에 우선 현재 실행하고 있는 거리두기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도하자. 코로나19 초기 단계에는 전 국민이 경각심을 가졌고, 방역에도 협조적이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무뎌졌다. 게다가 실내에 자주 모일 수밖에 없는 겨울이다. 같은 수준의 거리두기 단계라도 감염재생산지수가 더 높아지기 쉽다. 더 큰 경각심이 필요하다. 모두 내가 감염자라고 가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자. 

정부도 방역조치에 대한 수용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자. 검사-추적-치료 모두 데이터가 쌓인 만큼 정밀도도 더 높이자. 모두 합심해야 방역도 성공시키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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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