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현재 한국의 거리두기는, 우리는 고통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면 느슨한 수준이다. 구글의 이동성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3-4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한국인들의 이동성은 20% 감소했지만 이탈리아는 80%, 독일은 60%, 미국은 50% 감소했다. 한국은 검사-추적-치료의 정밀대응이 가능했기 때문에 극단적 봉쇄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거리두기 3단계, 자영업과 대면서비스업에 큰 타격
그러나 만약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고, 그것이 공권력으로 강제된다면 한국의 이동성 감소 정도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 사회활동과 삶의 질에 큰 변화가 온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1%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양호한 수준으로 예상되는 것도 극단적 거리두기 없이 방역과 경제를 조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봉쇄조치를 경험했던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3.7%와 –7.5%로 예상됨을 감안하면, 봉쇄에 가까운 3단계 격상은 한국경제에 서구에 버금가는 충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영세자영업과 서비스업에 가해지는 타격은 심각할 것이다. 주요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외식업, 소매업, 숙박업, 대면서비스업 등 거리두기에 민감한 산업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타격받을 수 있다.
극단보다는 최적의 거리두기
그렇다고 거리두기를 아주 느슨하게 하면 경제적 성과가 좋아질까. 그렇지 않다. 극단적으로 거리두기를 0단계로 포기하면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창궐해 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사회 활동이 위축돼 경제가 어려워진다. 거리두기보다 자연적 집단면역을 추구했던 스웨덴도 경제적 성과가 좋지 않았다. 물론 그 반대쪽 극단인 봉쇄도 사람들의 이동을 막아 경제를 위축시킨다. 거리두기의 양 극단 모두 경제에는 좋지 않다.
결국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앨 수 없는 상황에서는, 거리두기 수준과 경제적 성과 사이에 단선적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역 U자, 즉 산봉우리 모양의 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산봉우리의 꼭대기 즉 경제적 성과를 극대화하는 수준의 거리두기가 최적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최적 수준도 감염자 수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막을 수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감염자 한 사람이 몇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가 1이 넘으면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 불안감도 커지고 결국 경제활동도 영향 받을 것이므로 최적이 더 이상 최적이 아니게 되고 극단적 거리두기 이외의 대안을 찾기 어렵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감염재생산지수를 평균적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 즉 1 근처, 또는 그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방역이 곧 경제적 성과 극대화의 필요조건이 된다.
거리두기 3단계 가지 않고도 감염재생산지수 낮추는 것이 최선
지금 절실한 과제는 거리두기 3단계까지 가지 않고서도 감염증가세를 통제하는 것이다. 사실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건들 중에서는 확진자 수 규모 그 자체보다 증가속도가 더 중요하다. 만약 감염재생산지수가 1 근처여서 신규 확진자 수가 일정 수준을 벗어나지 않게 통제되고 의료체계가 이 상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 수준에서 일주일 이상 유지된다고 해도 이 역시 봉쇄 없이 지속 가능한 하나의 균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때에도 신규 확진자 수 규모 자체가 너무 크고 사망자가 속출하면 사람들의 감염에 대한 불안감 역시 높을 것이므로 이것이 경제적 최적이 아닐 수 있다. 경제활동에 불안감을 유발하지 않는 규모로 신규 확진자 수가 통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 협조와 정밀한 방역이 경제 살리기의 조건
결국 경제와 방역 모든 면에서 감염재생산지수가 관건이다. 애초에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수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거리두기 3단계 카드를 쓰기 전에 우선 현재 실행하고 있는 거리두기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도하자. 코로나19 초기 단계에는 전 국민이 경각심을 가졌고, 방역에도 협조적이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무뎌졌다. 게다가 실내에 자주 모일 수밖에 없는 겨울이다. 같은 수준의 거리두기 단계라도 감염재생산지수가 더 높아지기 쉽다. 더 큰 경각심이 필요하다. 모두 내가 감염자라고 가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자.
정부도 방역조치에 대한 수용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자. 검사-추적-치료 모두 데이터가 쌓인 만큼 정밀도도 더 높이자. 모두 합심해야 방역도 성공시키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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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