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속 스마트폰이 부른 ‘압력의 함정’, 치질... “5분 원칙이 핵심”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A씨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스마트폰을 챙긴다.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뉴스레터를 읽다 보면 10분~15분이 훌쩍 지나가기 일쑤다. 하지만 최근 배변 시 선홍색 출혈과 이물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A씨의 이런 습관이 치질을 유발하는 결정적 원인이라고 경고한다.

현대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이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화장실에서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현상은 단순한 습관의 변화를 넘어 심각한 건강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질을 가리켜 ‘문명화된 생활이 만든 압력의 함정’이라 규정하며, 이를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 체계가 무너진 시스템 질환으로 진단한다.

치질은 항문에 발생하는 치핵, 치열, 치루 등을 통칭하는 용어다. 인류가 직립 보행을 선택하며 진화한 이래, 중력의 영향으로 혈액이 하체로 쏠리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특히 항문 정맥은 다리 정맥과 달리 혈액의 역류를 막는 판막이 존재하지 않아, 선천적으로 혈액 정체가 일어나기 쉬운 취약한 구조를 지닌다.

항문 내부에는 배변의 충격을 완화하고 조절하는 '항문 쿠션'이라는 조직이 존재한다. 치질은 이 쿠션 내 혈관에 혈액이 과도하게 정체되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거나, 조직이 지지력을 잃고 항문 밖으로 탈출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골리거 분류'에 따라 1기부터 4기로 구분하는데, 3기 이상으로 진행될 경우 지지 구조의 손상이 심화되어 단순한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치질의 발생 기전은 단순한 혈관의 문제가 아니라 '압력 관리의 실패'에 기인한다. 변비나 설사 등으로 인해 과도하게 힘을 주는 행위, 그리고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복부 내부의 압력을 높여 항문 정맥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특히 현대인의 장시간 좌식 생활은 하체 근육의 펌프 기능을 저하시켜 정맥 혈류의 정체를 유발한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치질 발생 위험이 46%나 높게 나타났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이 변기 체류 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리기 때문이며, 전문가들이 화장실 이용 시간을 5분 내로 제한하는 '5분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항문 출혈은 치질의 가장 흔한 증상이지만, 동시에 대장암의 위중한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직장 하부에 발생한 암세포는 치질과 마찬가지로 선홍색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에, 일반인이 색깔만으로 이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4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이전에 없던 출혈이 새롭게 발생했다면, 이는 단순한 항문 질환이 아닌 암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정확한 감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만성적인 음주는 간 기능을 저하시키고 문맥압을 상승시켜 항문 주변의 정맥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키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수술은 무너진 신체 구조를 물리적으로 복원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치질은 근본적으로 '생활 습관'에 뿌리를 둔 질환이기에, 수술 후에도 5분 원칙 준수, 주기적인 미니 스쿼트, 좌욕 등 적극적인 생활 교정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재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항문 건강을 지키는 것은 스스로의 배변 습관을 통제하는 관리의 영역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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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