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한국인에게 위암은 진단과 동시에 절망을 안겨주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건강검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위암은 이제 조기에 발견할 경우 90% 이상의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 되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위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데에는 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다. 이 세균은 위 점막에 서식하며 위염과 위궤양을 유발하고,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높인다.
다행히 최근에는 적극적인 검사와 제균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감염률이 낮아지는 추세이다. 이와 더불어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한국 특유의 식문화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치나 젓갈, 장류와 같은 발효 식품은 유익한 면도 있지만, 과도한 염분 섭취는 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여 암세포가 자라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위암의 가장 무서운 점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벼운 소화불량이나 복부 불편감, 체중 감소와 같은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때는 이미 암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암을 찾아내는 조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국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40세 이상 성인에게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내시경은 아주 작은 병변까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검사법으로, 조기에만 발견하면 수술 없이 내시경적 점막하박리술(ESD)이라는 비침습적 시술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위암 치료는 이제 환자의 상태에 맞춘 개별화된 접근으로 나아가고 있다. 조기 위암의 경우 점막층만 절제하여 위 기능을 온전히 보존하는 시술이 대세를 이루며, 수술이 필요한 진행성 위암의 경우에도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정밀 수술이 시행된다.
특히 한국의 의료진은 로봇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로봇 수술은 손 떨림 없는 정밀한 조작을 통해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함으로써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의 회복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 의학계의 연구 동향은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맞춤형 치료에 집중되고 있다. 환자의 유전적, 분자적 특성을 분석하여 특정 변이에만 작용하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거나, 환자 본인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스스로 물리치게 하는 면역항암제가 혁신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치료법은 기존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위암을 극복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철저한 예방과 정기적인 관리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확인해 제균 치료를 받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짠 음식과 가공육 섭취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에 풍부한 비타민 C와 항산화 물질은 위 점막을 보호하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금연과 절주를 실천하고 국가 검진을 거르지 않는 습관이 뒷받침될 때, 위암은 비로소 통제 가능한 질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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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