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의 정체와 골든타임

▲ 울산대학교병원 조재철 암병원장
최근 국민배우 안성기 씨의 별세 소식은 우리 사회에 큰 슬픔과 함께 ‘혈액암’이라는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혈액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몸은 끊임없이 작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감기인 줄 알고, 혹은 나이 탓이라며 무심코 넘겼던 그 신호가 사실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울산대학교병원 조재철 암병원장과 함께 혈액암의 조기 발견의 중요성과 진화하는 최신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Q. 혈액암은 어떤 질환인가?
A. 혈액암은 우리 몸의 혈액이나 조혈 기관, 림프 계통에 생기는 암을 통칭한다. 크게 백혈병, 악성 림프종, 다발골수종으로 나뉘죠. 특히 최근 관심이 높아진 림프종은 면역 체계를 담당하는 림프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림프관이 전신에 퍼져 있어 몸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Q.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증상은?
A. 가장 대표적인 것은 통증 없는 멍울이다.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딱딱한 혹이 만져지는데 아프지 않은 특징이 있다. 이 외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밤에 옷이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는 경우 ▲원인 불명의 고열이 2~4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혈액내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Q. 고령층에서는 단순히 기력 저하로 생각하기 쉬울 것 같은데?
A. 그렇다. 그것이 가장 위험한 착각이다. 림프종은 고령일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노화 현상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일부 진행이 느린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방치할 경우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므로 '나이 탓'으로 자가 진단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Q. 혈액암의 치료 환경은 어떤가?
A. 다행히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표적치료제부터 환자의 면역 기능을 극대화한 이중항체 치료, 그리고 기적의 치료제로 불리는 CAR-T 세포치료까지 도입되었다. 울산대학교병원에서도 진단부터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이어지는 통합 시스템을 통해 환자 맞춤형 정밀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Q.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A.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은 항암제와 상호작용하여 간 기능을 망가뜨리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혈액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요법이 아니라 전문의와 함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것이다.

Q. 마지막 조언 한마디
A. 혈액암은 아직 뚜렷한 예방법이 없다. 결국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다. 설명되지 않는 피로와 멍울을 가볍게 넘기지 마십시오.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당신의 생명을 지키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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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