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은 충치에 안전하다는 건 오해... 더 위험한 충치 있어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성인이 되면 충치는 잘 생기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통계적으로는 어린이에 비해 성인의 치아 표면 충치 발생률이 낮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치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통계를 ‘성인은 충치에 안전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성인의 구강 환경은 어린 시절과는 질적으로 변화하며, 오히려 특정 부위의 충치와 잇몸병이 동반된 복합적인 충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성인 충치 발생률이 낮게 느껴지는 데에는 몇 가지 생물학적, 통계적 이유가 작용한다.

첫째, 치아의 가장 단단한 바깥 부분인 에나멜질(법랑질)의 무기질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치아는 막 맹출하여 무기질이 침착되는 과정에 있지만, 성인의 치아는 수십 년간 구강 환경에 노출되면서 충분히 무기질이 침착되어 충치 유발 세균이 만들어내는 산(Acid)에 대한 내성이 훨씬 강해진다. 즉, 물리적으로 잘 녹지 않게 되는 것이다.

둘째,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치과 교육을 통해 올바른 칫솔질 습관이 정착되고 불소 치약 사용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치아의 평평하고 넓은 표면에서의 충치 발생률 자체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충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구강 내 위험 요인이 어린 시절과 다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성인 충치의 주요 위험은 크게 치아 뿌리(Root) 충치와 이차 충치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치아 뿌리(Root) 충치이다. 성인의 경우 잇몸병(치주염) 유병률이 매우 높으며, 잇몸병이 진행되면 잇몸이 점차 내려앉으면서 치아의 가장 단단한 에나멜질로 덮여있지 않은 치아 뿌리(백악질)가 노출된다. 백악질은 에나멜질보다 무기질 함량이 현저히 낮아 산에 훨씬 취약하며 충치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 잇몸과 치아의 경계 부위(치경부)에 잘 생기며, 노출된 뿌리 부위는 칫솔질로도 깨끗하게 관리하기 어려워 충치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다음으로 위험한 것은 이차 충치(수복물 주변 충치)이다. 성인이라면 어린 시절 충치 치료를 위해 장착한 아말감, 레진, 금니 같은 다양한 보철물(수복물)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수복물과 본래 치아의 경계 부위에는 미세한 틈이 생기기 쉽다. 이 틈으로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침투하여 보철물 아래쪽에서 충치(이차 충치)가 발생하게 된다.

이차 충치는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환자 본인이 자각하기 어렵고, 발견했을 때는 이미 치료받았던 치아의 깊은 부위까지 손상시켜 신경 치료나 더 복잡한 재치료를 필요로 할 수 있어 더욱 치명적이다.

성인은 이처럼 달라진 구강 환경의 특성을 이해하고 충치 관리법을 수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칫솔질 시 경계 부위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성인 충치의 주요 발생 부위인 치아와 잇몸의 경계, 기존 보철물과 치아의 경계 부분을 더욱 신경 써서 닦아야 한다. 특히 치아 뿌리가 노출된 부위는 부드러운 칫솔모를 사용하여 잇몸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도 꼼꼼하게 관리해 주어야 한다.

또한, 치실과 치간 칫솔의 사용을 필수화해야 한다. 성인은 치주 질환으로 인해 치아 사이에 공간이 생기기 쉽다. 칫솔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이 치아 사이 공간에 남은 음식물과 세균은 이차 충치와 잇몸병의 주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매일 사용하여 이 공간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이 성인 충치 예방의 핵심이다.

불소는 여전히 중요한 예방 수단이다. 불소는 치아를 단단하게 만들고 산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충치를 예방하므로, 불소 함량이 높은 고농도 불소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침(타액)은 산을 중화시키고 치아 재광화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므로, 물을 자주 마시거나 무설탕 껌을 씹어 침 분비를 촉진하는 것도 충치 예방에 효과적인 생활 습관이다.

마지막으로, 성인 충치는 숨어있는 경우가 많고 진행 속도가 빨라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최소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은 치과를 방문하여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의료진의 전문적인 진단을 통해 보철물 주변의 미세한 틈이나 뿌리 충치 발생 여부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성인 구강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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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