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증상이 기억력 감퇴나 성격 변화 등 치매와 유사하여 진단 시기를 놓치는 뇌종양 환자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단순 노화 현상이나 치매로 쉽게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치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치명적인 뇌종양일 수 있는 경우를 인지하고, 그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뇌종양이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종양이 뇌의 특정 부위를 압박하거나 파괴하기 때문이
다. 특히 인지 기능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종양이 발생했을 때 인지 기능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뇌종양이 기억, 판단,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나 측두엽을 침범하게 되면, 기억력 저하, 판단력 상실, 언어 장애(실어증) 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과 매우 흡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환자가 갑자기 충동적이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혹은 극도의 무관심으로 일상생활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성격 및 행동 변화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우울증이나 특정 유형의 치매로 오해받기 쉽다. 종양이 커져 두개골 내 압력인 뇌압이 상승하는 경우에도 뇌 전반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의식 수준이 저하되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져 치매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뇌종양으로 인한 인지 장애는 일반적인 치매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적인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들이 인지 저하와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치매가 아닌 뇌종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중요한 증상 중 하나는 두통이다. 뇌종양과 관련된 두통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유독 심하거나 잠을 자다가 깰 정도로 극심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종종 오심(메스꺼움)이나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신경 마비 및 감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종양이 운동 신경이나 감각 신경이 지나는 경로를 압박할 때 발생하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마비) 저림, 혹은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시력이나 시야의 변화도 중요한 신호이다. 시야가 좁아지거나(시야 장애), 물체가 둘로 보이는 복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전에 간질 발작을 경험한 적이 없던 성인에게 새로 발작(경련)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뇌종양을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전형적인 치매는 증상 진행이 비교적 느린 반면, 뇌종양에 의한 인지 장애는 증상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급격하게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중요한 구별 포인트다.
뇌종양은 종류에 따라 악성도와 치료법이 매우 다양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수막종이나 뇌하수체 종양 같은 양성 종양은 크기가 작을 때 제거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방치하여 뇌를 심하게 압박하면 영구적인 신경학적 손상을 남길 수 있다. 교모세포종과 같은 악성 뇌종양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조기에 수술적 제거와 함께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요법 등을 병행하여 치료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단순 치매나 노화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특히 두통, 마비, 발작과 같은 새로운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신경과나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MRI나 CT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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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