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생소할 수 있는 마음의 병 ‘적응장애’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 교수

▲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 교수

현대사회에서 직장과 학교생활 및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우울감 및 불안함 등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감정이라고 생각해 혼자 견디고 소홀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화한다면 ‘적응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질환인 적응장애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나 스트레스를 겪은 이후 정서적·행동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직장인들에게는 이직, 퇴사, 인간관계 갈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는 전학이나 따돌림, 가족 문제 등이 주요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과 이별,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적응장애를 유발한다. 보통 이러한 일들은 일반적으로 누구나 겪고 있지만, 적응장애는 이러한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반응‘이 3개월 이내에 나타나는 게 특징이며,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장기화할 수 있으므로 조기 인식이 중요하다.

적응장애의 주요증상으로는 정서적으로 과도한 걱정과 불안, 우울감, 짜증 등이 있으며 무기력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거나 분노 조절의 어려움 등을 겪을 수도 있다. 신체적으로는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식욕감소와 소화불량, 일상에서의 회피 욕구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을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면 정서적 또는 행동적 증상이 심해져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적응장애는 정신과적인 치료나 환경 조성 등으로 보통 6개월 이내에 해소되며,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면 개선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다른 심리적 요인이나 질환이 없는지 확인해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상생활의 어려움으로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발생하더라도 혼자 담아두려 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주변 사람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거나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또 무리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자체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적응장애는 발생 시기와 치료 과정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대부분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고,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완치율이 높고 일상생활 회복도 빠르게 나타나 6개월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으로 이어져 심한 우울감과 불안감에 빠질 수 있다.

적응장애의 치료 방법으로는 상담 및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로 구분할 수 있는데, 심리치료는 겪고 있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처 전략을 습득하도록 돕는 인지행동치료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전문의와의 면담을 통해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이다. 약물치료는 적응장애에서 오는 우울감이나 불안, 불면증과 스트레스 상황에 과몰입하는 것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여 감정 조절을 보완할 수 있다.

적응장애를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리 반응이기도 하고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기도 하다. 증상이 발생하면 단순한 슬럼프나 기분 탓으로 넘기지 말고, 주의 깊게 자신을 관찰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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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