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핑’하고 쓰러진다면? ‘미주신경성 실신’ 주의보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스트레스를 받거나, 오래 서 있거나, 더운 곳에 있을 때 특별한 원인 없이 갑작스럽게 쓰러지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증상은 흔히 공황장애나 뇌전증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부교감신경 중 하나인 미주신경의 활성 때문일 수 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가장 흔한 형태의 실신이다. 실제로 실신으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 중 절반 정도가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진단되며, 전체 인구의 약 20~30%가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매우 흔하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1.5배 더 많이 발생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의 원인은 자율신경계의 일시적인 불균형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워있다가 일어날 때, 몸에 골고루 퍼져 있던 혈액 중 약 800ml가 중력의 영향으로 다리 쪽으로 급격히 이동한다. 이때 자율신경계가 뇌에 혈액이 부족하지 않도록 심박수와 혈관 긴장도를 높여 뇌 혈류를 유지한다.

하지만 미주신경성 실신 환자의 경우 심장 내 기계수용체가 오작동해, 심장에 혈액이 감소해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혈액으로 과도하게 차 있는 것처럼 뇌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 이 신호는 미주신경을 통해 뇌간으로 전달되며, 뇌간에서 미주신경 뉴런이 자극돼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그 결과 서맥이 발생하고, 교감신경계 활동이 억제되어 혈관 확장과 저혈압이 발생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뇌 혈류가 감소해, 일시적인 의식소실이 발생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의 유형은 자율신경계의 어느 부분이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심장 억제형, 혈관 억제형, 혼합형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심장 억제형은 부교감신경 활성화가 두드러져 심박수 감소가 주된 증상이며, 혈관 억제형은 교감신경 억제가 주로 나타나 혈압 저하가 나타나며, 혼합형은 두 가지 기전이 모두 작용하며 가장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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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신경성 실신의 주요 위험인자는 감정적 스트레스, 기립성 자극, 신체적 자극, 환경적 요인, 특정 약물 사용 등이 있다. 감정적 스트레스로는 공포, 통증, 불안, 혈액을 보거나 주사바늘에 노출되는 상황이 있으며, 기립성 자극으로는 오랜 시간 서 있기,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가 있다. 신체적 자극으로는 배변, 배뇨, 기침, 환경적 요인으로는 더운 날씨, 밀폐된 공간, 탈수 등이 있다. 또한 항고혈압제, 이뇨제, 항우울제와 같은 특정 약물 사용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신 전에는 어지러움과 현기증, 시야 흐림 또는 터널 시야, 식은땀, 메스꺼움, 구역감, 창백함, 심장 두근거림, 온몸이 따뜻해지는 느낌, 이명 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신 중에는 수 초~수 분의 짧은 의식소실이나 때로 간단한 경련성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실신 후에는 대부분 빠른 회복을 보이며, 일시적인 혼란과 피로감이 있을 수 있다.

미주신경 실신은 임상증상, 검사 결과를 종합해 진단한다. 가장 중요한 검사는 기립경사검사(Tilt table test)로, 환자를 기립경 테이블에 눕히고 60~70도 각도로 세워 놓은 상태에서 혈압과 맥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검사 중 니트로글리세린, 이소프로테레놀 등 약물을 투여해 실신 증상을 유발해 볼 수 있다. 검사 중 환자의 실신 증상이 재현되거나 특징적인 혈압 저하와 맥박 감소가 관찰되면 미주신경 실신으로 확진한다. 다른 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뇌파검사, 심장 초음파, 24시간 심전도, 혈액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빈번한 실신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부상 위험이 높은 직업, 또는 고령자에서 실신으로 골절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서맥이 심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면 심박조율기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대부분 생활 습관 교정으로 관리할 수 있다. 유발 요인을 회피하고, 전조 증상 발생 시 즉시 앉거나 눕고 다리를 올리며, 장시간 서있지 않고, 하루 2~3L의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며,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카페인, 알코올 과다 섭취는 혈관 확장을 일으켜 혈압을 낮출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고, 적절한 소금 섭취와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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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