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봄 기운이 마냥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계절의 변화로 일교차가 심해지는 환절기에는 감기나 비염, 축농증 등의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이 질환들은 증상이 유사해 혼동할 수 있지만, 치료와 예방법에 차이가 있기에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항원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때 자녀가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높아진다.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항원에는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동물 털, 곰팡이 등이 있다. 몸이 이를 유해한 물질로 인식하면 히스타민이 분비돼 코 점막 혈관이 확장되고 염증반응이 활성화된다.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증상은 지속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가려움증 등이다. 감기와 유사하지만, 1~2주 안에 증상이 호전되는 감기와 달리 비염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피부반응검사, 혈액검사를 통해 항원을 찾을 수 있다. 항원과의 접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항히스타민제, 비강 스프레이 등의 약물 사용이 권장된다.
알레르기 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여러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만성 부비동염이다.
코 주위의 얼굴 뼈 속에 있는 빈 공간을 '부비동'이라 한다. 이 공간은 작은 구멍을 통해 코 속과 연결돼 부비동 내 공기 환기, 분비물 배설이 이뤄진다. 구조적, 생리적 이상으로 작은 구멍이 막히면 부비동의 환기, 배설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부비동에 염증이 발생하는데, 이를 부비동염(축농증)이라 한다. 염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부비동염으로 진단한다. 감기나 급성 부비동염이 반복되거나, 알레르기 비염으로 부비동 내벽이 지속적으로 부어오르면 만성 부비동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만성 부비동염의 증상은 코막힘, 누런 콧물, 후비루, 얼굴 통증 등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 후각 감퇴, 두통, 중이염, 기관지염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천식을 앓고 있다면 증상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단순 감기로 여겼다가 증상이 오래 지속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비염이나 부비동염 등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부비동염은 감기와 달리 발열, 몸살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부비동염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급성 부비동염인 경우에는 약물치료만으로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생리식염수로 비강 내부를 세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코 안의 구조적 이상이 질환의 원인이라면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염증이 있는 부비동을 개방해 환기와 배설이 이뤄지도록 하고, 코 내부 구조를 교정하는 방식이다.
만성 부비동염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정기 검진은 물론 주기적인 비강 세척, 마스크 착용, 금연, 금주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감기, 비염, 부비동염은 모두 코와 관련된 질환이고 증상이 유사하지만, 원인과 치료법이 각기 다른 질환이다. 불편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조기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질환을 파악하고 적합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봄철 불청객이 건강한 일상을 앗아가지 않도록 건강 관리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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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