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날씨뿐 아니라 기분의 변화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특정 계절마다 우울감이 나타나고 계절이 지나면 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이하 SAD)', 일명 '계절성 우울증'이라 한다.
SAD는 대부분 가을, 겨울에 나타난다. 가을, 겨울에는 밤이 길어지고 낮이 짧아지면서 일조량이 줄어드는데, 이로 인해 호르몬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긍정적인 감정을 촉진해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햇빛을 쬘 때 생성된다. 햇빛을 쬐면 우리 몸에서 비타민D가 합성되고, 비타민D는 세로토닌 합성에 필요한 효소를 활성화해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한다. 가을에는 해가 짧아진 탓에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우울한 기분을 억제할 힘을 잃게 된다.
또 잠을 오게 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낮보다 주로 밤에 생성되는데, 밤이 길어진 가을에는 분비량이 더욱 많아진다. 멜라토닌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잠이 많아지면서 생체 리듬이 깨지고 기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AD의 주요 증상은 ▲우울감을 비롯해 ▲무기력증 ▲체력 저하 ▲집중력 저하 ▲불안·긴장 ▲과다 수면 ▲체중 증가 등이다. 일반적인 우을증은 불면증,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하지만, SAD의 경우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수면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탄수화물을 평소보다 더 찾게 되면서 체중이 늘어나게 된다.
SAD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정도에 따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심한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하기 위해 일조량이 많은 낮 시간대 활동하며 햇빛을 충분히 쐬어주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도 체력을 강화하고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산책, 조깅 등 가벼운 유산소운동만으로도 엔드로핀, 도파민 분비로 일상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도 중요하다. 특히 몸 속 세라토닌 양을 늘려주는 시금치와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여주는 베리류, 불안감·긴장 해소에 효과적인 고구마, 견과류 등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이 외에 비타민D가 풍부한 달걀 노른자, 연어·고등어 등의 생선도 우울 증상을 예방하는 데 좋은 음식들이다.
우울한 기분이 오래 지속되고 증상이 심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기분의 변화가 건강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심리 상태에 관심을 갖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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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