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의 탈을 쓴 '냉방병·뇌수막염' 의심해야
때이른 폭염에 몸살을 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6월부터 한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으며 선풍기, 에어컨 등 냉방기기에 의지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기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인다.
여름에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속담이 있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원인이 감기 바이러스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감기의 탈을 쓴 냉방병이다.
냉방병은 과도한 냉방기기의 사용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5~8도 이상 벌어질 때 자율신경계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온도가 급격히 달라지면 우리 몸은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열을 생산한다. 그 과정에서 몸이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뇌 혈류량이 감소해 두통,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이 외에도 근육통, 인후통, 소화불량, 복통, 설사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월경통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운 날씨에도 과도한 냉방기기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실내외 온도차는 5도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온도만큼이나 습도도 중요하다. 냉방기기를 1시간 동안 가동하면 습도는 30~40% 내려간다. 습도가 떨어지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고 기능이 저하돼 바이러스, 세균에 취약해질 수 있다. 실내 습도는 50~60%를 유지해야 한다.
레지오넬라증도 냉방병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에어컨 내부가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돼 있을 때 에어컨을 가동하면 균이 공기 중에 분사되며 감염을 일으킨다. 레지오넬라증은 2~10일의 잠복기를 거쳐 기침, 발열, 오한, 두통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폐렴으로 진행돼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냉방병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레지오넬라증을 의심해야 한다. 또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냉각기 점검 및 필터 청소로 냉방기 내부를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감기의 탈을 쓴 또 다른 질환으로 뇌수막염이 있다. 뇌수막은 뇌를 둘러싼 얇은 막으로 이 곳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바이러스, 결핵균, 세균, 곰팡이균 등이다. 뇌수막염 환자의 90% 가량은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며, 소아의 경우 대부분 장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뇌수막염은 심한 두통과 고열을 유발한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인 경우 일반적으로 일주일 이내에 자연 치유된다.
다만 세균성 뇌수막염은 다르다. 원인균으로는 폐렴연쇄구균, 인플루엔자간균, 수막구균 등이 있으며, 바이러스성에 비해 증상이 심하고 빠르게 진행돼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사율이 높아지고, 치료 후에도 인지기능 장애, 경련 발작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38도 이상의 고열, 두통, 기침과 더불어 오한, 구토, 목 뻣뻣함,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뇌수막염을 의심하고, 즉시 원인을 파악한 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두통은 일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통이 특정 질환의 신호탄일 수 있기에,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에는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를 잘 살피고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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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