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물음표] 우유만 먹으면 화장실행 '유당불내증', 과민성 대장증후군·우유 알레르기와 달라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우유만 마시면 배가 살살 아파오는 사람들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신선한 우유를 마셨는데도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유당불내증'을 의심해야 한다.

유당불내증은 유당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가 부족한 상태로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이라고도 불린다. 우유를 마시면 소장에서 소화돼 대장으로 가는 것이 정상적인 대사 과정이다. 하지만 소장에 락타아제가 부족하면 유당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채 대장으로 넘어가게 되고, 대장에 있는 박테리아와 만나 발효되면서 복통, 설사, 가스, 복부팽만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유당불내증은 한국인의 약 75%가 경험할 만큼 흔한 증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날 때 유당 소화 능력을 갖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유당 분해 효소가 줄어들면서 락타아제 결핍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경우를 '원발성 유당불내증'으로 구분한다.

또 크론병, 샐리악병, 궤양성대장염 등의 질환이 소장에 영향을 미쳐 일시적으로 락타아제 생성이 감소된 상태를 '2차 유당불내증'이라 한다. 드문 경우지만 '선천성 유당불내증'도 있다. 이는 부모가 선천성 유당불내증일 때 유전적으로 나타나며, 신생아 때부터 증상이 발현된다. 이 외에 소화 시스템이 완전히 발달하기 전에 태어난 미숙아들이 겪는 '발달성 유당불내증'이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고 소화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대부분 해결된다. 다만 발달성 유당불내증이 있는 아이는 소화 시스템이 발달할 때까지 유당이 없는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유당 섭취'와 무관

유당불내증은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증상이 유사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두 질환을 구분하는 기준은 '유당 섭취'다. 유당불내증은 유당을 섭취하지 않으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은 긴장,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 잘못된 식습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증상이 나타난다.

우유, 유제품을 먹은 후 ▲배가 부글거리는 느낌 ▲복부팽만감 ▲냄새 나는 방귀 ▲속 메스꺼움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유당불내증일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 내원해 혈액검사, 수소 호흡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우유 알레르기는 '우유 단백질'이 원인 

우유 알레르기도 유당불내증과 증상이 유사하다. 우유 알레르기는 우유에 함유된 단백질에 대한 알레르기로, 우유 단백질을 섭취하면 면역글로불린 E(lgE)가 생성된다. lgE는 두드러기, 구토, 설사, 복통, 호흡 곤란, 입술·눈 주위 부종 등 다양한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다. 우유 알레르기는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유 알레르기 여부는 피 검사, 피부 패치 테스트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음식을 먹고 배가 불편한 느낌이 든다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유당불내증, 과민성 대장증후군, 우유 알레르기 모두 증상은 유사하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원인을 알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당불내증으로 진단된 경우라면 유당이 함유된 식품 섭취를 주의해야 하지만 유제품을 완전히 끊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사람마다 유당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유당을 어느 정도 섭취했을 때 증상이 발현되는지를 알고 적절히 조절해 섭취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유제품 섭취량을 서서히 늘려가는 방식으로 내성을 키울 수 있다. 또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거나 유당을 분해해주는 유산균 또는 락타아제 성분의 약제를 복용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유당이 함유되지 않은 '락토프리' 또는 '락토스프리' 제품을 섭취하면 된다. 저지방, 무지방 우유도 유당불내증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 조절을 위해서는 우유의 대체식품으로 두유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당불내증으로 유제품 섭취가 어렵다면, 칼슘, 비타민D가 함유된 대체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유당불내증은 생명과 직결된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에 큰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 증상을 인지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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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