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과 귀 먹먹함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귀 질환이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청력 회복이 어려워지고 재발률도 더 높아지는 메니에르병에 대해 잠실아산이비인후과 임현우 원장과 함께 알아본다.
Q. 메니에르병은 어떤 질환인가?
A. 메니에르병은 귀의 신경 기능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귀는 청각 기능과 평형 기능을 담당하는데, 메니에르병이 있으면 이 두 가지 기능이 모두 나빠졌다가 회복되기를 반복한다. 청각 기능의 변동 때문에 귀가 먹먹해졌다가 나아졌다가를 반복하고, 평형 기능의 변화로 인해서 어지럼이 생겼다가 괜찮아졌다가를 반복한다. 메니에르는 19세기말에 이 병을 처음 기술한 프랑스 의사의 이름이다.
Q. 왜 생기는 건가?
A. 귀속의 달팽이관 안에는 내림프액이라는 물이 들어있다. 이 물을 따라 음파가 전달되어 소리를 감지한다. 또 머리가 움직일 때 이 내림프액의 흐름이 생기는데, 이를 이용해서 머리의 움직임을 파악한 후 반사적으로 눈을 움직여 평형을 유지한다.
청각과 평형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림프액은 달팽이관 안의 길을 따라 일정하게 순환하면서 유지된다. 이러한 내림프액의 순환이 어디선가 막히게 되면 달팽이관 안에 내림프액이 쌓이고 팽창한다.
내림프 흐름의 정체와 그에 따른 팽창에 따라 달팽이관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게 되고, 그 결과 청각기능이 떨어지고 어지럼이 발생한다. 내림프의 팽창이 해소되고 압력이 낮아지면 청각이 가시 정상으로 돌아오고 어지럼이 호전된다. 이런 내림프 흐름의 장애와 달팽이관 내부 압력의 상승이 메니에르병의 원인이다.
다만,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고 반복되는지는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Q.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A. 어지럼증과 난청이 함께 반복되는 것이 메니에르병의 특징이다. 메니에르병의 특징적인 어지럼증은 빙빙 도는 회전성 어지럼이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지속되는 것이지만, 실제 환자에서의 어지럼증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머리가 무겁고 멀미하는 느낌일 수도 있고, 걸을 때 몸이 흔들리거나 떠 있는 기분일 수도 있다. 먹먹함과 이명과 같은 청각 증상 역시, 귀가 확실히 안 들리는 경우도 있고, 약간 멍한 느낌이거나 작은 소리의 이명만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청각 증상과 어지럼증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고, 따로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것은 메니에르병이 있을 때 내림프의 팽창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달팽이관 내부의 부위와 범위가 때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고, 그 정도도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Q. 진단 방법은?
A. 메니에르병의 진단은 매우 까다롭다. 어지럼이나 난청을 동반하는 다른 병들과 구분하기 위해서 일정한 기준을 만족해야만 메니에르병으로 진단한다. 수십 분 이상 지속되는 심한 어지럼이 두 번 이상 반복되고, 동시에 청각 기능 저하의 소견이 반드시 최소 한번은 검사를 통해 확인되어야 명확하게 메니에르병이 있다고 판정한다.
추가적으로, 청신경 종양과 같은 뇌신경 병변이 있는 경우도 메니에르병과 유사한 병의 양상을 보이길 수 있기 때문에 MRI를 통해서 뇌병변이 없는 것도 확인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반복되는 어지럼 양상을 확인해야 하고, 난청이 발생하는 순간에 맞춰 청각검사도 받아야 하며, MRI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므로 진단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Q. 이석증과의 차이는?
A. 메니에르병과 이석증은 전혀 다른 병이지만, 둘 다 어지럼이 반복되는 양상이 있어 두 가지 진단을 모두 듣게 되는 환자들이 있다. 메니에르병은 귀의 신경 기능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이석증은 신경 기능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불순물인 이석에 의해 전정기관이 반복적으로 자극받는 것이다.
두 병은 어지럼의 양상과 지속시간의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이석증은 특징적으로 회전성 어지럼이 수분을 넘지 않는 반면, 메니에르병의 어지럼은 최소 수십 분 이상 지속되며 회전성부터 비회전성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또 메니에르병에서는 귀 먹먹함이나 이명과 같은 증상과 함께 청각 기능 저하가 동반된다는 점에서도 확실히 구분될 수 있다.
Q. 메니에르병, 치료는 어떻게?
A. 메니에르병의 특징은 변동성 청각저하와 반복되는 어지럼이디 때문에, 불안정한 귀의 기능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이다. 메니에르병의 원인이 내림프 흐름의 장애와 팽창에 의한 압력 상승이기 때문에, 내림프의 순환을 도와줄 수 있는 여러 약물을 이용한 약물 치료가 가장 중요한 치료이다.
그러나 이런 치료를 계속하더라도 병세가 완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과 중 청각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에는 청각 회복을 위한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어지럼이 심할 때는 어지럼을 억제하는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메니에르병 환자의 경과는 환자마다 매우 다양하다. 치료를 통해 조기에 병세가 안정돼 큰 후유증 없이 완치되는 경우가 있지만, 꾸준한 치료에도 결국 병이 조절되지 않아서 오랜 기간 고생하거나 결국 청각 기능이 떨어지는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있다.
Q. 완치를 위해 중요한 것은?
A.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어지럼과 청각 저하의 증상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석증, 전정신경염, 돌발성난청과 같은 다른 질환과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조기에 진단해야 적시에 필요한 치료를 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면밀한 관찰과 정확함 검사가 필수적이다.
또 메니에르병과 현재 본인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정보가 없으면 증상이 바뀔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생기고 안절부절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심한 어지럼이 자주 반복되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청력이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안정되지 않아 지치기도 한다.
계속 변동되는 증상에 맞춰 적절한 진료를 받으며 회복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 마음가짐이 메니에르병 극복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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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