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 2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 보호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소방관 10명 중 4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수면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심리적 외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소방청과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진료사업단이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소방관 5만28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3.9%(2만3060명)가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PTSD, 우울 증상 등 주요 심리 질환 4개 중 1개 이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혹한 현장을 마주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소방관은 심리적 외상에 노출되기 쉽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일명 PTSD라 불리는 정신질환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PTSD를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으며, PTSD로 마음의 병은 물론 몸의 병까지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PTSD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으로, 사건 후에도 지속적 재경험에 의해 공포감, 두려움, 무력감 등을 겪는다. 과거에는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겨졌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전쟁 외에도 자연재해, 폭력, 사고 등 여러 충격적인 사건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정신질환으로 정의되고 있다.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가 PTSD의 원인이다.
PTSD의 주요 증상은 ▲재경험 ▲회피 ▲부정적 감정 ▲과민반응 등이다. 재경험은 과거에 겪었던 사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것으로, 마치 그 일을 다시 겪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악몽, 플래시백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사건과 관련된 이미지, 소리, 냄새 등이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PTSD 환자들은 해당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 사람, 활동 등을 회피하려 한다. 또한 심리적 외상 후 사건 전체 또는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자책감, 원망감에 사로잡혀 우울, 불안,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외에도 주변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해 쉽게 놀라고 긴장하게 되며, 감정이 불안정해지고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
PTSD 증상이 지속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나아가 언어장애, 인지능력 저하 등 신체 건강상의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스스로 이겨내기 힘든 경우라면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PTSD 증상은 심리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심리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 노출 치료, EMDR 등이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인식·수용하고, 문제 행동을 개선해가는 방식이다. 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올바른 대처 방법을 터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노출치료는 안전한 환경에서 사건을 회상하며, 외상에 의한 심리적 반응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사건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EMDR은 환자가 외상 사건을 떠올리는 동시에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여 부정적 생각과 감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심리치료와 함께 약물치료도 이뤄지며, 환자 상태에 따라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 보조제 등이 사용된다.
PTSD는 오래 지속될수록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배가 된다. 마음에 사이렌이 울리면, 상처가 곪기 전에 빠르게 외상을 치유해야 한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