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물음표] '열대야 불면증', 수면제 없이 이겨내는 방법은?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잠은 보약이다'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잠을 하루에 5시간 이하로 자면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지난 1985년부터 2019년까지 25년간 추적관찰을 하며 실시한 코호트 연구를 분석해, 50세 이상 7864명을 대상으로 수면시간과 만성질환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하루 5시간 이하로 잔 사람들은 하루에 7시간 수면한 사람에 비해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40%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인의 하루 적정 수면시간은 7~8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활동과 휴식을 반복한다. 낮에는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밤에는 수면을 통해 에너지를 보존한다. 잠을 잘 때 몸은 인체에 들어온 유해 물질을 없애고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는데, 이 시간이 충분치 않을 경우 신체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수면 중에는 렘수면(REM)과 비렘수면(non-REM) 두 가지 패턴이 반복된다. 비렘수면은 1~2단계의 얕은 수면과 3~4단계의 깊은 수면으로 구분되며, 비렘수면 단계를 거쳐 렘수면으로 이어진다. 이 수면 사이클은 하룻밤 사이 90분 간격으로 4~6회 반복되며, 비렘수면은 전체 수면의 약 75~80%, 렘수면은 약 20~25%를 차지한다. 나이가 들수록 비렘수면의 비율이 줄고 수면 중 깨는 횟수가 늘게 된다.

비렘수면 단계에서는 뇌가 휴식을 취하며 낮동안 축적된 피로물질과 노폐물을 처리하고 새로운 영양분을 신체에 공급한다.

렘수면은 몸은 자고 있지만 뇌는 깨어있는 상태로, 꿈을 꾸는 것도 렘수면 중 일어나는 현상이다. 렘수면은 기억력과 학습능력 향상,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및 불안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피로가 누적되고 활력이 떨어진다. 또 기억력과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면역력이 저하돼 각종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데, 이는 당뇨병, 심장병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수면부족이 만병의 근원인 만큼 적정 수면 시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여름철에는 낮의 열기가 밤까지 지속되면서 밤잠을 이루기 쉽지 않다. 실제로 여름철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40분대로, 사계절 중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야 현상으로 불면증이 지속되다 보면 피로, 집중력 저하, 무기력증, 두통,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나아가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져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사람들은 불면증을 이겨내기 위해 수면제, 수면유도제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수면제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는 수단일 뿐, 장기적인 치료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장기간 복용시 내성이 생기고 여러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수면제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수면장애를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열대야는 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이 되는 현상으로, 밤에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잠에 들기 2~3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체온을 낮추고, 심리적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단, 찬물 샤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찬물로 샤워를 하면 시원함이 느껴지지만, 피부 혈관을 수축시켜 오히려 몸 안의 열이 빠져나가지 않고 보존된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해가 늦게 지고 일찍 뜨는 여름에는 수면 유도 물질인 멜라토닌 분비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는 밤에 잠을 못자고 새벽에 일찍 눈을 뜨게 되는 수면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면 패턴은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울 수 있다. 기상시간을 기준으로 7~8시간 수면할 수 있도록 취침 시간을 정하고,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하면서 시간을 조절해나가야 한다.

숙면을 위해서는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열대야에 취침 시 실내 온도는 22~24도, 습도는 50~60% 정도가 적당하다. 통기성이 좋은 잠옷과 침구류는 수면에 도움이 된다. 잠에 들 시간이라면 수면에 방해가 되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는 멀리 해야 한다.

적당한 피로감은 숙면에 도움을 준다. 걷기, 조깅, 수영,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걷기 운동은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불면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저녁에 과식을 하거나 야식을 먹는 습관은 개선하고, 술과 카페인 함량이 높은 커피, 차 등은 많이 마시지 않아야 한다. 잠들기 전 따뜻한 우유나 대추차를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우유에 함유된 트립토판이라는 성분은 멜라토닌,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고 숙면을 유도한다.

수면의 질이 높아지면 삶의 질도 높아진다. 수면제 의존 없이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열대야 불면증 건강하게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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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